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스포츠와 관련해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라는 기관이 등장하고는 합니다. CAS는 스포츠로 발생한 문제는 법원이 아니라 스포츠 세계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198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설립한 기관입니다. CAS는 1994년 IOC로부터 독립했지만 현재까지도 현재까지도 스포츠 분쟁과 관련해 최종 판결을 내리는 유일한 기관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벨기에 브뤼셀 고등법원(Brussels Court of Appeal)에서 CAS의 절대 권위를 부정하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CAS에서 스포츠 관련 분쟁을 단독으로 중재하고 판결하는 건 위법하다는 취지입니다. 만약 다른 국가에서도 이 판결을 인용한다면 34년 만에 스포츠 사법 체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스포츠 관련 분쟁은 CAS가 아니라 각국 법원이 최종 결정 권한을 갖게 될 테니까요.


시작은 벨기에 축구 3루 리그 팀 RFC 세라잉이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FIFA는 이해 투자 업체나 에이전트가 선수 지분을 나눠 갖는 '서드 파티 오너십(Third-Party Ownership)'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법적 분쟁은 CAS 판결에 따른다'는 규정을 넣었습니다.


RFC 세라잉은 이 규정이 '유럽인권조약(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과 '유럽기본권헌장(European Charter of Fundamental Rights)'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CAS가 국제 연맹(협회)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에서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CAS가 모든 법적 분쟁에 대해 중재권을 행사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브뤼셀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과연 이 판결을 스포츠 세계가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 하는 것. 이 판결을 100% 인정하면 CAS는 존립 근거 자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CAS에서 중재를 받아도 각국 법원에서 뒤집으면 그만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예 CAS 중재를 거부하고 곧바로 법원을 향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건 물론 이미 CAS가 중재한 사안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하는 이들이 등장할지 모릅니다. 과연 CAS는 어떤 운명을 마주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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