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왕조는 '우리' 아니지. 우승해도 내 성적 안 좋으면 내 연봉 안 올라. 연봉 깎이고 그리고 방출되고…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제가 같은 방송사 김정준 해설위원과 함께 만들고 있는 팟캐스트 '김정준의 야구수다'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팀 성적을 내려면 팀워크라는 이름 아래 무조건 똘똘 뭉치는 것보다 구성원 각자가 프로페셔널하게 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다가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왕조를 구축해 가고 있는 골든스테이트 역시 이런 관점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주축 선수가 줄줄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게 되니까요. 제가 7월에 내년 여름이 위험할 수 있다고 썼던 이유입니다.


일단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 방문 경기에서 2018~2019 시즌 들어 첫 번째 파열음이 들렸습니다. 케빈 듀랜트(30·사진 왼쪽)와 드레이먼드 그린(28·오른쪽)이 충돌한 것. 결국 구단은 그린이 '팀 분위기를 해쳤다(conduct detrimental to the team)'며 한 경기 무급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처분으로 그린은 13일 애틀랜타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으며, 올해 연봉에서 약 12만 달러(약 1억3596만 원)를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발단은 4쿼터 마지막 플레이였습니다. 106-106 동점이던 경기 종료 5.6초 전 그린이 수비 리바운드를 잡았습니다. 옆에 있던 듀랜트는 자신에게 공을 달라며 박수까지 쳤지만 그린은 그대로 공을 몰고 공격 코트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상대 수비진에 둘러 싸이면서 공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 탓에 그때까지 11연속 득점에 성공하고 있던 골든스테이트는 위닝 버저비터를 날릴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연장전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듀랜트는 고개를 흔들면서 벤치로 걸어들어왔고, 다른 쪽에서는 아직 흥분을 삭이지 못한 그린을 동료 선수들이 달래는 장면이 TV 중계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골든스테이트는 연장에서 10-15로 뒤지면서 결국 116-121로 패했습니다. 이로써 시즌 초반 11경기에서 10승 1패를 기록했던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픈 커리(30)가 경기 도중 다친 8일 밀워키전부터 이날까지 1승 2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물론 범실을 누구나 저지를 수 있고, 이날 패배가 꼭 그린이 듀랜트에게 공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문제는 코트 위에서 두 선수가 말싸움을 벌이던 도중 그린이 듀랜트의 FA 계약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는 것.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라커룸에서 설전은 계속됐습니다. 두 선수가 시작한 말싸움은 팀원 전체가 서로 고성을 주고 받는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ESPN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최근 몇 년 가운데 손에 꼽을 만큼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라커룸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듀랜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선수 옵션을 사용하지 않고 FA 시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까지는 이후 다시 골든스테이트와 계약하는 쪽을 선택했지만 다음 번에도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클레이 톰슨(28) 역시 다음 여름에 FA가 됩니다.


만약 두 선수가 모두 팀에 잔류한다면 2020년 여름 FA 자격을 얻는 그린이 받을 수 있는 몫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 전에 골든스테이트에서 그린을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니 두 선수가 서로 이해 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계속 파열음이 이어지도록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13일 경기를 앞두고 "우리는 올 시즌에 집중하기도 바쁘다. 우리 라커룸에 있는 선수나 코칭 스태프가 두 번 다시 듀랜트의 FA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도자로 또 선수로 올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밥 마이어스 골든스테이트 단장 역시 같은 자리에서 "두 선수가 금방 이 문제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두 선수 모두 이기고 싶어서 그랬던 것뿐이다. 두 선수 모두 승리와 농구를 사랑한다. 두 선수의 강력한 공통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왕조가 꼭 '우리'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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