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KT 김진욱 감독(58·사진)이 결국 계약 기간을 1년 남겨 둔 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KT는 18일 "김 감독이 정규 시즌 종료 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구단이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김 감독은 기술자문을 맡아 향후 팀 발전에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KT는 김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해였던 지난해 50승 94패로 창단 후 최저 승률(.347)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고, 올해도 59승 3무 82패(승률 .418)에 머물렀습니다. 그나마 1군 무대에 뛰어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탈꼴찌에 성공했다는 게 긍정적인 포인트.


김 전 감독은 "KT가 성장하는 데 일조하려고 왔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팬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책임지는 자리이니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선수들에게 '할 때 잘하자'고 했는데 2년을 돌아보니 나도 잘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구단에서 기술자문 자리를 제안했지만 새 단장과 감독에 민폐끼치는 일이 될 수 있으니 깨끗하게 물러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KT가 건승 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응원하겠다. 일단은 몸도 마음도 쉴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감독과 함께 지난해부터 팀 살림을 맡았던 임종택 단장(54)도 물러납니다. 대신 올해 1군 타격을 지도했던 '숭캡' 이숭용 코치(47·사진)가 새 단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 단장은 "언젠가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단장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자리다. 어제 사장님으로부터 단장을 맡아달라는 말씀을 듣고 한숨도 못 잤다"며 "솔직히 야구인 출신 단장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구단에서도 나를 선택하기까지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큰 변화를 원한다는 생각에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장 부임 전까지 프로야구 10개 팀 가운데 6개 팀 단장이 야구 선수 출신이었지만, KT는 임 전 단장과 전임자 김진훈 단장(58) 모두 KT 본사 출신이었습니다.  


이 단장에게 떨어진 첫 번째 미션은 새 감독을 영입하는 것. 이에 대해 "이제 단장을 맡은 지 1일차다. 아직 뭐라고 말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누가 봐도 납득이 갈 만한 그런 감독을 모시겠다"고 밝혔습니다.


KT보다 2년 먼저 1군 무대에 데뷔한 NC는 창단 2년 만이던 2014년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뒤 지난해까지 꾸준히 포스트시즌 진출했습니다. 반면 KT는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세. 올해 가을야구 막차를 탄 KIA는 정규리그 때 70승 74패를 기록했습니다. KT가 내년에 창단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려면 올해보다 최소 11승을 더해야 하는 셈입니다.


그러려면 '내년에는 잘하자'는 결의(決意)가 아니라 숫자로 측정 가능한 목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단장은 어떤 목표를 세울까요? 내년에는 수원구장에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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