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삼진! 이 전설의 마침표를 찍는 김광현 선수입니다. 이 가을의 전설이 탄생했습니다. 14경기 반 차이를 극복해낸 새로운 가을의 전설! 8년 만에 인천을 향해 외쳐드리겠습니다. 2018 프로야구 챔피언, 가을의 전설 SK 와이번스!
─ 정우영 SBS스포츠 아나운서
SK 팬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두산 팬 여러분, 심심한 위로 말씀을 건넵니다.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SK가 두산을 5-4로 꺾으면서 2018 프로야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정 아나운서 우승 멘트처럼 SK(78승 1무 65패·승률 .545)는 두산(93승 51패·승률 .646)에 14.5경기 뒤진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습니다.
정규리그 때 이렇게 성적 차이가 크게 났던 상황을 뒤집은 건 올해 SK가 처음입니다. 지금까지는 2001년 3위 두산(65승 5무 63패·승률 .508)이 13.5경기 앞서 있던 1위 삼성(81승 52패·승률 .609)을 물리쳤던 게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정규리그 4위와 5위가 맞붙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계단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합니다. 이런 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할 때는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팀은 체력,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팀은 경기 감각이 관건이라고 표현하는 일이 흔합니다. 적어도 한국시리즈에서는 경기 감각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1989년 단일 리그제를 도입한 뒤 프로야구가 계단식 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른 건 올해까지 총 28번. 이 중 정규리그 1위가 아닌 팀이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건 5번(17.9%)밖에 되지 않습니다. 거꾸로 82.1%는 정규리그 1위 팀이 결국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던 겁니다.
개별 경기로 따지면 한국시리즈 경기는 총 157번 열렸습니다. 이 경기에서 정규리그 1위 팀은 99승 5무 53패(승률 .651)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정규리그 1위 팀이 페넌트레이스에서 기록한 승률은 .620(2133승 63무 1308패)이었습니다. 휴식이 그만큼 보약이 된 셈입니다.
이렇게 오래 쉬는 게 얼마나 좋은지는 역시 계단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하는 일본과 비교해 봐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전까지 일본 프로야구에는 센트럴리그(CL)와 퍼시픽리그(PL) 1위 팀이 맞붙는 일본시리즈밖에 없었지만 2004년 PL에서 먼저 한국 프로야구를 본따 플레이오프 시스템을 도입했고, 2007년에는 CL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두 리그 모두 클라이맥스 시리즈를 치르게 됐습니다.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는 먼저 각 리그 2, 3위가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맞붙은 다음, 승리팀이 1위 팀과 파이널 스테이지를 진행합니다. 우리가 주목할 건 파이널 스테이지. 이 시리즈는 정규리그 1위 팀에게 먼저 1승을 주고 시작하고, 모든 경기가 정규리그 1위 팀 안방 구장에서 열립니다. 하위 팀이 퍼스트 스테이지 때부터 쌓인 피로를 해소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이동일도 없습니다.
이렇게 1위 팀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줬는데도 4선승제로 바뀐 2008년 이후 △2010년 지바롯데(PL) △2014년 한신(CL) △2017년 DeNA(CL) △올해 소프트뱅크(PL)에 이르기까지 총 4번 하위 팀이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전체 시리즈가 22번 열렸으니까 18.2%가 역전에 성공한 것. 곧이 곧대로 숫자를 비교하자면 오히려 한국시리즈(17.9%) 쪽이 정규리그 성적을 뒤집기가 더 힘든 겁니다.
그나마 올해 SK가 우승하면서 업셋(upset·하위 팀이 상위 팀을 이기는 일)이 조금 흔한 일처럼 됐습니다. 2001년 두산이 업셋에 성공한 뒤 2014년까지는 13년 연속으로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5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가을 야구'는 달콤한 사기극"이라고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해(201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리그 3위 두산이 1위 삼성을 4승 1패로 꺾고 업셋에 성공했습니다. 단, 이때는 삼성 주축 투수 3명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다는 사정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렇게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계속 한국시리즈는 정규리그 1위팀 대관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는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준플레이오프는 27번 중 13번(48.1%), 플레이오프는 28번 중 12번(42.9%)이 업셋으로 끝이 났습니다. (1995년에는 3, 4위 팀이 3경기 이내로 차이가 날 때만 준PO를 진행한다는 규정에 따라 준PO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준PO는 최근 3년 연속 모두 4위 팀이 3위 팀을 꺾고 PO에 진출하는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아직 업셋 사례가 없습니다.
연도 | 한국시리즈 |
플레이오프 |
준플레이오프 | 와일드카드 |
1989 | ○ |
2015년 도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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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 ○ | ○ | ||
1991 | ||||
1992 | ○ | ○ | ||
1993 | ○ | |||
1994 | ||||
1995 | ○ | - | ||
1996 | ○ | ○ | ||
1997 | ○ | |||
1998 | ○ | |||
2001 | ○ | ○ | ||
2002 | ○ | ○ | ||
2003 | ○ | ○ | ||
2004 | ||||
2005 | ○ | |||
2006 | ○ | |||
2007 | ||||
2008 | ||||
2009 | ||||
2010 | ||||
2011 | ○ | |||
2012 | ○ | |||
2013 | ○ | ○ | ||
2014 | ○ | |||
2015 | ○ | ○ | ||
2016 | ○ | |||
2017 | ○ | |||
2018 | ○ | ○ | ||
합계 | 5 | 12 | 13 | 0 |
그러니까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가 아니었다면 넥센도 준PO 여세를 몰아 PO 업셋도 가능했단 게 아니나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