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한신(阪神)이 2018년 센트럴리그 최하위를 확정했습니다. 한신이 정규리그를 최하위로 마친 건 2001년 이후 17년 만입니다.
한신은 8일 도쿄 메이지진구(明治神宮) 구장에서 안방 팀 야쿠르트에 6-5로 패했습니다. 이로써 한신은 시즌 성적 60승 2무 78패(승률 .435)를 기록하면서 남은 세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리그 최하위를 확정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성적이 똑같을 때는 상대전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합니다. 한신이 남은 세 경기에서 모두 이길 경우 5위 주니치(中日)와 똑같이 63승 2무 78패를 기록할 수 있지만 상대전적에서 10승 1무 14패로 밀리기 때문에 순위는 바뀌지 않습니다.
경기 후 가네모토 도모아키(金本知憲·50·김지헌) 감독은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2016년 가네모토 감독이 부임 이후 한신은 4위 - 2위 - 6위를 기록했습니다. 일단 구단은 가네모토 감독과 올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 만큼 계속 지휘봉을 맡기겠다는 계획이지만 팬들 반응은 싸늘합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정말 처참하게 실패한 시즌이었으니까요. 한신은 시범경기 때 2승 2무 12패(승률 .143)로 최하위였고, 교류전 때도 6승 1무 11패(승률 .353)로 센트럴리그 꼴찌(전체 11위)였습니다. 팬들이 소소한 기쁨도 느끼기가 어려웠던 것.
문제는 타격이었습니다. 한신(4.08)은 팀 평균자책점에서는 요미우리(3.79)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팀 OPS(출루율+장타력)에서는 .694로 리그 최하위에 그쳤습니다. 한신 안방 고시엔(甲子園) 구장이 투수에게 유리한 환경이라는 걸 감안해도 투타에 엇박자가 있었다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를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29)가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는 시선이 우세합니다. 로사리오는 지난해 한화에서 OPS(출루율+장타력) 1.075를 남긴 뒤 한신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연봉 3억4000만 엔(약 34억 원·추정액)에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타율 .242/출루율 .285/장타력 .374로 OPS .658이 전부입니다. 홈런은 8개.
그나마 고무적인 게 있다면 전반기에 .604였던 OPS를 후반기에는 .760까지 끌어올렸다는 것. 이 때문에 한신에서는 "로사리오가 상당한 액수의 감봉을 받아들인다면 다음 시즌 잔류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덴노(天皇) 연호에 따라 시대를 구분합니다. 현재 아키히토(明仁) 덴노가 쓰고 있는 연호는 헤이세이(平成)입니다. 아키히토 덴노가 1989년 즉위하면서 시작한 이 헤이세이 시대는 내년 5월 1일 나루히토(德仁) 덴토 즉위와 함께 끝나게 됩니다. 1933년생인 아키히토 덴노가 생전 퇴위 의사를 밝혔기 때문. (새 연호는 내년 4월 발표 예정입니다.)
한신이 니혼이치(日本一)에 오른 건 1985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따라서 한신은 우승을 추가하지 못한 채 헤이세이 시대를 마감하게 됩니다. 히로시마(廣島) 역시 1984년이 마지막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헤이세이 시대 우승이 없지만 올 시즌 센트럴리그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아직 우승 가능성이 살아 있습니다.
과연 한신이 다음 시대에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 뭘 해도 안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