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령 메이저리거 바톨로 콜론(45·텍사스·사진)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승을 거둔 라틴계(남미 출신) 투수가 됐습니다. 콜론은 1973년 5월 24일 도미니카 공화국 알타미라에서 태어났습니다. 이전까지 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건 니카라과 출신 데니스 마르티네스(64)였습니다.
콜론은 7일(현지시간) 안방 구장 글로브 라이프 파크 인 알링턴에서 시애틀 타선을 상대로 7이닝 4실점을 기록했습니다. 그 사이 텍사스가 11점을 뽑으면서 콜론은 생애 246번째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콜론이 승리를 기록한 건 6월 30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1997년 클리블랜드에서 데뷔해 2010년을 제외하고 계속 메이저리그에서 뛴 콜론은 "아주 긴 여행이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아주 기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콜론은 2005년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지만 2006년부터 팔꿈치와 어깨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구위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 탓에 무릎 부상까지 찾아온 2010년에는 아예 소속팀을 찾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해 4월 줄기세포 시술을 받으면서 집 나갔던 구위가 되돌아오기 시작했고 2011년 뉴욕 양키스에서 8승 10패, 평균자책점 4.00으로 부활을 알렸습니다. 이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매해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면서 또 한 번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다만, 2018년 8월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악쟁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콜론은 "이제 내가 꼭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하나 남았다. 후안 마리첼(81)이 (통산 3507이닝으로) 나보다 메이저리그 소화 이닝이 더 많다.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마리첼을 뛰어 넘고 싶다. 이제 50이닝 정도 남았는데 꼭 해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콜론은 이날까지 3445와 3분의 2이닝을 던졌습니다.
콜론이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2010년 재기 과정에서 한국 진출도 염두에 뒀기 때문. 하지만 당시 프로야구 팀은 그를 '마다'했습니다. 박동희 당시 MBC ESPN 해설위원이 2010년 12월 22일 올린 글에서 인용하면:
<스포츠춘추>가 확인한 바 콜론에 영입 의사를 전달한 국내 구단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본 프로야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나이입니다. 콜론은 내년이면 39살이 됩니다. 베테랑치고도 다소 나이가 많습니다. 콜론이 선발투수를 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이는 더욱 걸림돌이 됩니다. 메이저리그팀들이 콜론을 보고도 예전처럼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바로 나이 때문입니다.
국내 모 스카우트는 “39살의 투수를 영입하느니 그보다 실력이 다소 떨어져도 30대 초반의 투수와 계약하는 게 낫다”고 하더군요. 체력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서도 나이 많은 투수들은 한 시즌을 치르기엔 위험요소가 많다는 것입니다.
나이 어린 선수들로 팀을 젊게 만드는 ‘리빌딩’은 메이저리그를 포함해 한국, 일본에선 이제 대세가 됐습니다.
두 번째는 부상경력입니다. 콜론은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오랫동안 고생했습니다. 지난해는 무릎부상까지 겹치며 재기는 고사하고, 등판도 하지 못했습니다. 윈터리그에서 정상적인 투구를 하고 있지만, 언제 부상이 재발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쉰 통에 한국 스카우트들이 콜론의 상태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전해 기록이 전혀 없는 투수를 데려왔다가 한국이 재기 무대가 아니라 재활장소가 되면 팀도 손해, 선수도 손해입니다.
세 번째는 돌출행동입니다. 콜론은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수’로 유명했습니다. 보스턴에선 무단이탈로 ‘문제아’로 지목됐고, 시카고에서도 구단과의 연락을 끊은 채 잠행을 계속한 바람에 ‘구제불능’으로 낙인찍혔습니다.
한 스카우트는 “콜론처럼 과거의 슈퍼스타는 한국, 일본리그에서 뛸 때 온 힘을 다하지 않고 ‘설렁설렁’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며 “빅리그 복귀가 목적인 선수들인 만큼 조금만 아프다 싶으면 개점휴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이때 콜론이 한국 무대로 건너왔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라틴 투수 최다승 기록을 세우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래도 사이영상 수상자가 한국에서 뛰는 걸 지켜보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경험을 해볼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