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조직위원회도 세리나 윌리엄스(37·미국·사진)의 센스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을 게 틀림없습니다.
윌리엄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 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에 참가했습니다. 마그다 리네트(26·폴란드·세계랭킹 68위)와 맞붙은 이 경기는 시작 전부터 관심이 쏠렸습니다. 윌리엄스가 어떤 옷을 입고 나올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메이저 테니스 대회 때마다 스타 선수가 어떤 경기복을 입고 나올지 궁금해 하는 건 원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 때 유독 윌리엄스가 주목을 받은 건 베르나르 지위디셀리 프랑스테니스협회장(60) 인터뷰 때문입니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이 협회에서 주관하는 프랑스 오픈 때 몸에 착 달라 붙는 유니폼(사진)을 입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지우디첼리 회장은 이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최근 잡지 '테니스'와 인터뷰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디자인을 우리 대회에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테니스라는 종목과 코트에 대한 예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US 오픈은 이 발언 뒤 처음 치르는 메이저 대회였습니다. US 오픈 조직위에서는 이미 '어떤 옷을 입고 나와도 괜찮다'고 밝힌 상태. 윌리엄스 역시 '똑같은 옷을 계속 입는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농담으로 일단 논란을 가라 앉혔습니다.
그리고 윌리엄스가 결국 이날 입고 나온 건…
검은색 튀튀(tutu) 그러니까 발레복이었습니다. 이 발레복은 디자인은 루이비통에서 일하는 버질 아블로가 맡았고, 제작은 나이키 담당이었습니다.
윌리엄스는 "튀튀는 한 팔이 자유롭기 때문에 공기역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입고 뛰기 편하다. 전에도 튀튀를 입고 연습한 적이 있었다.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우디첼리 회장 인터뷰 이후 "슈퍼 히어로에게서 옷을 빼앗아 갈 수는 있지만 절대 슈퍼 파워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고 트위터에 올렸던 나이키도 새 광고를 만들어 세리나에게 힘을 보탰습니다. 붉은 치마를 입고 훈련하는 아홉 살짜리 윌리엄스에게 아버지가 'US 오픈에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말한 홈 비디오를 광고로 바꾼 겁니다.
It’s only a crazy dream until you do it. #justdoit @serenawilliams pic.twitter.com/8XUuJwBbXw
— Nike (@Nike) August 27, 2018
저는 전통적으로 마리야 샤라포바(31·러시아·22위) 편이지만 이러면 윌리엄스를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윌리엄스, 님 좀 정말 짱인 뜻! 아, 이날 경기에서는 윌리엄스가 리네트에 2-0(6-4, 6-0) 승리를 거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