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뉴욕 양키스는 보수적인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선수들이 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1973년에 만들었는데 이로부터 45년이 지난 2018년에도 수염을 기른 선수 하나 없는 팀이라면 사실 이런 평가가 아주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사진 참조).


그래서 양키스가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LGBTQ 프라이드(pride) 나이트 행사를 개최하지 않는 팀이 된 것도 아주 이상한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 또는 퀘스처닝'에서 머리글자를 따와 만든 낱말입니다. 퀘스처닝·questioning은 자기 성 정체성을 궁금해 한다는 뜻.)


그렇다고 양키스가 유독 LGBTQ를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팀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첫째로 양키스는 원래 특정 계층이나 세대, 취향에 속한 이들(만)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 팀입니다. LGBTQ 프라이드 나이트를 진행한다고 하면 '왜 이성애자 프라이드 나이트는 없냐'고 항의하는 이들도 있는 게 사실이니 양키스에서 아예 이런 행사를 열지 않는 게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양키스가 이런 선택을 내리고 있는 건 '야구의 것은 야구에게'를 지키려는 보수적인 팀 특성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양키스가 의도적으로 LGBTQ를 배제한 건 아닐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양키스가 2014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빌리 빈(54·사진 오른쪽)을 공식 LGBTQ 홍보대사로 임명한 뒤 해마다 그를 스프링캠프로 초정한 유일한 팀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 빌리 빈은 오클랜드 부사장인 빌리 빈과 다른 인물입니다. 로마자로는 이름 철자도 다릅니다. 이 홍보 대사 빈은 'Bean'이고 오클랜드 부사장은 'Beane'입니다.)


양키스는 또 2016년 성 소수자를 타깃으로 한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빈을 양키 스타디움으로 초대해 간단한 추모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이 바로 그때 양키 스타디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스톤월 항쟁 5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양키스가 LGBTQ 지지 의사를 좀 더 분명하게 밝힐 모양입니다. 


스톤월 항쟁은 1969년 6월 28일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던 게이 클럽 '스톤월 인(Stonewall Inn)'을 경찰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LGBTQ가 저항하면서 시위로 이어진 사건입니다. 이때 이들이 권리 보장을 외치며 행진을 했던 게 '프라이드(또는 퀴어) 퍼레이드' 전통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양키스에게 '야구의 것은 야구에게'만큼이나 중요한 가치가 '뉴욕의 것은 뉴욕에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톤월 항쟁 50주년 기념 이벤트는 '왜 너희는 LGBTQ 프라이드 나이트를 진행하지 않느냐'는 의심과 '꼭 양키스까지 사실상 마케팅 행사로 변질된 그런 행사를 열어야 하느냐'는 질문 모두에 대한 대답으로 선택하기 아주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스턴 팬으로서는 참 얄밉게도) 일을 세련되게 처리하는 건 역시 양키스 프런트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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