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배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남자부 최대어로 손꼽히던 전광인(27·사진 왼쪽)이 결국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현대캐피탈은 FA가 원 소속 구단이 아닌 팀과 계약할 수 있는 첫 날인 15일 전광인과 연봉 5억2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계약기간은 3년.
이상합니다. 지난 시즌까지 전광인이 몸 담고 있던 한국전력에서 그에게 6억 원을 제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전광인은 8000만 원을 덜 주겠다는 팀으로 옮긴 셈이 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전광인이 이번 '에어컨 리그'에서 "더 좋은 환경에서 배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으니까요. 아무래도 공기업인 한국전력보다는 복합 베이스캠프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까지 갖춘 현대캐피탈이 환경이 더 나을 겁니다.
그런데 꼭 돈을 더 적게 받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저 5억2000만 원은 '다음 시즌 연봉'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배구연맹(KOVO) 자유계약선수관리규정 제6조에 따라 '계약기간 및 연봉액수는 3시즌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해마다 연봉 협상을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현대캐피탈 리베로 여오현(40·플레잉코치)은 2013~2014 시즌과 그다음 시즌 연봉 킹이었지만 연봉은 3억5000만 원에서 3억2000만 원으로 3000만 원 줄었습니다. 삼성화재 출신인 여오현 코치는 2013~2014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과 3년 계약을 맺었는데도 그랬습니다. 같은 이유로 전광인이 연봉 5억2000만 원에 3년 계약을 했다고 해서 총액이 15억6000만 원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또 KOVO 규정 어디에도 '연봉 말고 따로 돈을 더 주면 안 된다'는 내용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른 리그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여자프로농구(WKBL)를 예로 들면 규약 제92조에 "구단은 선수와 체결한 선수 계약서에 기재된 보수 이외 어떠한 명목의 금전 또는 물품 등을 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오히려 V리그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 공고 때 승리 수당 기준을 적어 놓는 리그이기도 합니다. 공식적으로 얼마인지 발표하지는 않지만 승리 수당을 따졌을 때도 당연히 한국전력보다 현대캐피탈이 많을 겁니다.
KOVO에서도 어차피 '웃돈'이 발생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규약'에 "샐러리캡에 적용되는 선수의 연봉은 계약서에 명기된 기준연봉을 적용한다. 단, 그 밖에 옵션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적어 두고 있습니다. 그러면 샐러리캡(연봉 상한선) 의미가 퇴색하는 건 분명 사실이지만 샐러리캡은 위로뿐 아니라 밑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적어도 선수 연봉을 다 합쳐 얼마 정도는 써야 한다는 '최소 소진율'이라는 개념도 있으니까요.
전광인이 들어오면서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뽑은 파다르(22) 그리고 '토종 에이스' 문성민(32·사진 오른쪽)과 함께 삼각편대를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러면 공격력은 극대화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소는 누가 키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