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한 프로배구 2017~2018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참가 선수가 연습 경기를 벌이고 있는 장면.


다음 시즌에도 프로배구 남녀부 외국인 선수는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을 거쳐 뽑습니다. 연봉도 △남자부 30만 달러(약 3억2500만 원) △여자부 15만 달러(약 1억1250만 원)로 변함이 없습니다. 또 국적 제한도 없습니다. 단, 트라이아웃과 개최 장소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몬차에 있는 '캔디 아레나'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남자부는 인천 송림체육관, 여자부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트라이아웃을 진행했습니다.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을 두고 한국배구연맹(KOVO)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간 게 사실입니다. 그 중 제일 주목을 받았던 건 외국인 선수 보유 인원을 두 명으로 늘리자는 것. 부상 등을 이유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야 할 때 현재는 트라이아웃 참가자 중에서만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야 합니다.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 그래서 일부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를 두 명씩 보유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구단마다 서로 이해가 달라 결국 없던 일이 됐습니다.


외국인 선수 제도 논의 과정에서 아예 예전처럼 각 구단에서 원하는 선수를 데려와 쓰자는 의견도 물론 나왔습니다. 올해 트라이아웃 공고가 늦어지자 배구팬 사이에서 '다시 자유계약제도로 돌아가기 때문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됐습니다. 


트라이아웃 뼈대는 유지한 채 남자부 외국인 선수 몸값을 50만 달러(약 5억4200만 원)로 올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부 구단 반대로 현재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연봉 30만 달러는 이번에 새로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 기준입니다. 현재 뛰고 있는 선수가 현재 뛰고 있는 구단과 재계약하거나 두 시즌 이상 동일 구단과 재계약할 수 없다는 규정에 묶인 세 선수 - 대한항공 가스파리니(34·슬로베이나), 삼성화재 타이스(27·네덜란드) 우리카드 파다르(22·헝가리) - 가 다른 구단과 계약할 때는 35만 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과한 한국전력 펠리페(30·브라질), 우리카드 파다르, 현대캐피탈 바로티(27·헝가리) OK저축은행 브람(29·벨기에), KB손해보험 알렉스(27·포르투갈·이상 왼쪽부터). 바로티는 부상으로 시즌 개막 전, 브람은 컨디션 난조로 시즌 중반 팀을 떠났습니다.


이 30만 또는 35만 달러는 기본 연봉이고 남자 외국인 선수는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1000달러(약 108만 원)를 승리수당으로 받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챔피언 결정전 승리 3만 달러(약 3250만 원) △정규리그 우승 2만 달러(약 2170만 원) △포스트시즌 진출 1만 달러(약 1083만 원)를 보너스로 받습니다. 이 보너스는 누적이 아니라 최고 성적 기준입니다. 그러니까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프전에서 승리하면 5만 달러가 아니라 3만 달러를 받는 겁니다.


여자부도 처음 뛰는 선수만 15만 달러이고 현재 뛰는 선수 가운데 현재 또는 다른 구단과 재계약한 선수는 최대 18만 달러(약 1억9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여자 외국인 선수 연봉은 남자부와 달리 '세전·稅前' 기준입니다.) 승리수당은 구단이 300~1000 달러 사이로 정해 주면 됩니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챔프전 우승팀 1만 달러, 준우승 팀 5000달러(약 542만 원)입니다.


프로 전환을 앞두고 새 리그 명칭(V.LEAGUE)과 로고를 발표한 일본 배구 리그 기구. 왼쪽부터 시마오카 켄지 리그 회장, 시미즈 쿠니히로(32·파나소닉), 이시이 유키(27·히사미츠세이야쿠), 구로고 아이(20·도레이), 타카마츠 타쿠야(30·도요타), 오바야시 모토코 홍보위원(전 배구 대표)


올해 트라이아웃 과정에서 프로배구 팬이 주목해야 할 나라는 이탈리아가 아니라 일본일지 모릅니다. 일본은 지난해까지 세미프로 형태로 배구 리그를 운영했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진짜 프로 리그로 전환합니다. 김연경(30·현 상하이)이 흥국생명에서 일본 JT로 건너갔던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본 리그는 세미프로 시절부터 이미 V리그를 뛰어 넘는 매력을 가지고 있던 게 사실. 앞으로는 이런 차이가 더욱 심해질 공산이 큽니다. 당장 도요타에서 파다르를 노리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니까 말입니다.


게다가 일본 리그는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리그 소속 남자부 11개 팀, 여자부 14개 팀(현재 참가 의사 밝힌 구단 숫자 기준) 모두 외국인 선수는 딱 한 명만 뽑을 수 있습니다. 단, 아시아배구연맹(AVC) 회원국 출신 선수는 한 명을 추가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AVC 회원국이기 때문에 한국 선수가 일본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이 더 넓어진 셈입니다. 


아시아 쿼터는 V리그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지작 거린 카드지만 계속 만지작 거리고만 있는 게 문제.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우리 선수를 빼앗길까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유소년 클럽을 갖춘 팀만 프로 자격을 주겠다는 방침이기도 합니다. 프로화 자체는 한국이 빨랐지만 수준 자체는 또 한번 일본이 저만치 앞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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