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여자부 최고 복장(福將)이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이었다면 남자부는 단연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사진 왼쪽)입니다. 3.6% 확률을 뚫고 가스파리니(34·슬로베니아·사진 오른쪽)를 지명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은 11일 이탈리아 몬차에서 열린 2018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지명회의(드래프트)에서 3순위 지명권을 얻었습니다. 여자부와 마찬가지로 남자부 역시 지난 시즌 순위에 따라 구슬 개수를 다르게 해 추첨함에 넣습니다. 전체 구슬 140개 중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승리팀 대한항공이 할당 받은 구슬은 5개(3.6%). 드래프트 전부터 "기회가 된다면 가스파리니와 또 함께 하고 싶다"던 박 감독은 망설임 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박 감독은 "1순위 지명권을 얻었더라도 가스파리니를 지명할 계획이었다. 대한항공이 가스파리니를 지명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다음 시즌에도 똑같이 공격형 배구로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세 시즌 연속으로 대한항공에서 뛰게 된 가스파리니는 "대한항공은 두 번째 고향 같은 곳이다. 올해 우승한 것처럼 내년에도 우승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사실 2016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대한항공이 가스파리니를 영입할 수 있던 것부터 행운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대한항공이 1순위를 자지할 확률은 14.3%(구슬 20개)였지만 1순위 지명권을 얻어 당시 최대어로 꼽힌 가스파리니를 지명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한 시즌은 재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시즌에는 그냥 재계약만 하면 됐습니다.


거꾸로 가장 운이 없던 건 역시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최하위 OK저축은행은 1순위 확률(25.0%)이 제일 높았지만 대한항공에 이어 4순위 지명권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OK저축은행에서 이번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 참가를 부추겼다는 루머가 무성했던 '세계 3대 공격수' 아가메즈(33·콜롬비아)는 이미 우리카드에서 영입한 다음이었습니다. 


OK저축은행은 결국 요스바니 에르난데스(27·쿠바)를 선택했습니다. 현대캐피탈 추천으로 몬차에 오게 된 에르난데스는 트라이아웃 과정에서 키(197.9㎝)는 작지만 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김 감독 역시 드래프트 전 "인성까지 수소문해 알아봤다. 내년 시즌 한국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지명 순번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 김 감독은 "4순위까지 내려오는 건 생각 안 했다. 4순위라 선택 여지가 없었다. 순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선수는 마음에 든다"면서도 "FA(자유계약선수)가 정해지지 않아 시기적으로 트라이아웃하고 안 맞는다고 본다. 팀이 정비가 되어야 맞는 외국인 (선수) 뽑는데 정리가 안 되어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2018 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아가메즈(우리카드) 타이스(삼성화재) 가스파리니(대한항공) 에르난데스(OK저축은행) 파다르(현대캐피탈) 헐치(한국전력·왼쪽부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날 드래프트에서 제일 먼저 지명권을 행사한 우리카드는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아가메즈를 선택했습니다. 첫 번째 지명권을 얻는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한 신영철 감독은 "아가메즈는 결정적일 때 무엇인가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세터 유광우(33)와 아가메즈 모두 베테랑이라 호흡도 괜찮을 것 같다. 우승을 목표로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캐피탈에서 뛰던 시절 아가메즈는 여러 논란을 낳기도 했던 게 사실. 아가메즈 역시 이를 의식한 듯 "프로적이고 착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 화를 많이 냈던 점은 보완하고 더 나은 선수가 돼서 한국을 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가메즈가 신 감독에게 든든한 '취임 선물'이 될지 아니면 '폭탄 덩어리'가 될지는 저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동안 우리카드에서 뛰었던 파다르(21·헝가리)는 현대캐피탈에서 뛰게 됐습니다. 5순위로 파다르를 지명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많이 아쉬웠다. 파다르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문성민(32)이 레프트로 포지션을 변경해야 한다. 리시브에 대해 잘 연구해서 최대한 성민이가 스트레스를 안 받게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2순위를 뽑은 삼성화재는 두 시즌 동안 함께 뛴 타이스(27·네덜란드)를 다시 지명했고, 7순위 지명권을 얻는 데 그친 한국전력은 사전 평가 때 2위에 이름을 올렸던 사이먼 헐치(26·독일)를 선택했습니다. KB손해보험(6순위)은 규정상 재계약이 가능한 알렉스(26·포르투갈)와 계약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2018 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결과

순번 구단 선수 나이 국적 포지션
1 우리카드 아가메즈 33 콜롬비아 라이트
2 삼성화재 타이스 27 네덜란드 레프트
3 대한항공 가스파리니 34 슬로베니아 라이트
4 OK저축은행 요스바니 에르난데스 27 쿠바 라이트
5 현대캐피탈 파다르 21 헝가리 라이트
6 KB손해보험 알렉스 26 포르투갈 레프트
7 한국전력 사이먼 헐치 26 독일 라이트


프로배구 남자부 외국인 선수 기본 연봉은 30만 달러. 아가메즈 역시 트라이아웃 참가는 처음이기 때문에 에르난데스, 헐치와 함께 30만 달러를 받습니다. 가스파리니, 알렉스, 타이스, 파다르는 각각 35만 달러에 재계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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