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메즈(33·콜롬비아·사진)가 다시 한국 무대에서 뛰게 됐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는 11일 이탈리아 몬차에서 열린 2018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국인 선수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다음 아가메즈를 선택했습니다.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 때부터 가장 강력한 1순위 후보로 손꼽혔으니 사실 이상할 건 없는 일입니다.
아가메즈 복귀와 함께 '세계 3대 공격수'라는 표현이 기사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 드래프트 이후 이날 오후 5시까지 아가메즈를 '(한때) 세계 3대 공격수'라고 표현한 기사가 총 19개 등장했습니다. 아가메즈는 정말 세계 3대 공격수가 맞을까요? 그렇다면 나머지 두 명은 누구일까요?
아가메즈가 이런 칭송(?)을 받게 된 건 현대캐피탈에서 첫 시즌을 맞이하던 2013년이었습니다. 당시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던 김호철 감독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구단 미디어데이에서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공격수"라고 평가했던 것. (기사에 따라 "세계 3대 공격수 중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자기 팀에서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를 치켜세운 인터뷰였기에 나머지 두 명이 누구인지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네, 이게 아가메즈 앞에 '세계 3대 공격수' 타이틀이 따라 다니게 된 이유 전부입니다. 정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2015년 기사에 이 문제를 이렇게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해외 언론이나 세계 배구계에서 공식적으로 세계 3대 공격수를 뽑는 일은 없다. 어떤 선수를 세계 3대 공격수로 불러도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세계 3대 공격수를 뽑더라도 아가메즈와 산체스(kini註 - 전 대한항공)보다는 올 시즌 삼성화재에 합류한 그로저(31·독일)가 포함될 확률이 높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아가메즈가 (인성은 잘 모르겠지만) 실력이 나쁜 선수라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적어도 한때 '월드 클래스' 선수였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가메즈가 'one of the best'라는 건 사실에 가깝습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Best(혹은 Top) 3'이기도 할 겁니다. 2013~2014 시즌 개막 전 김 감독에게는 확실히 그랬을 겁니다. 다만 '아가메즈 = 세계 3대 공격수'라는 건 철저하게 김 감독이 마케팅을 실천한 결과이지 세계 배구계에서 '컨센서스'로 통하는 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세계 3대 ○○'이라는 것부터 어떤 의미에서는 철저하게 한국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나폴리(이탈리아)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시드니(호주)를 세계 3대 미항으로 꼽지만 영어로 구글링했을 때는 그런 내용을 찾을 수 없습니다.
세계 3대 공격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인처럼 유독 숫자 3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세계 최고 선수를 꼭 3명만 꼽아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아가메즈는 한국을 벗어나면 세계 3대 공격수로 불리기가 어렵습니다. 아예 그런 걸 잘 뽑지를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