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가치를 따지면 양키스는 뉴욕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위입니다. 하지만 현재 인기에서 확실히 양키스가 메츠를 압도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심지어 지난해(2017년) 뉴욕 야구팬 설문조사 결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야구 팀은 메츠'라는 의견(45%)이 양키스(43%)보다 많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직 시즌 극초반이기는 하지만 올해(2018년) 성적 역시 메츠가 월등합니다. 메츠는 13일(한국 시간) 현재 10승 1패(승률 .909)로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스턴 방문 3연전을 1승 2패로 마친 양키스는 6승 7패(.462)에 머물고 있는 상태입니다. 메츠가 지난해 70승 92패(.432)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에 그쳤던 걸 감안하면 올해 성적이 더욱 돋보입니다.
팬그래프스에서 메츠가 올해 85승을 올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이항분포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11경기에서 10승을 거둘 확률은 0.8%밖에 되지 않습니다.
메츠가 지난해와 올해 가장 달라진 건 감독석 주인.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지휘봉을 잡고 있던 테리 콜린스 감독(69)이 물러나면서 메츠는 미키 캘러웨이(43·사진) 당시 클리블랜드 투수 코치에게 감독 자리를 맡겼습니다. 만에 하나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봐 밝히자면 2005~2007년 유니콘스에서 뛰던 그 캘러웨이 맞습니다. '동태탕 마니아'이던 캘러웨이(한국명 이태원)는 유니콘스뿐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 선수 경력이 있는 인물 가운데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감독이 됐습니다.
동태탕을 사랑하던 전 #현대유니콘스 미키 캘러웨이, #MLB #뉴욕메츠 감독 선임.jpg pic.twitter.com/wJ2bnhvlv0
— sportugese (@sportugese) 2017년 10월 23일
2007년 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썩 좋지 못하게 현대를 떠난 캘러웨이 감독은 2008년에는 미국 독립리그, 2009년에는 대만 퉁이(統一)에서 뛴 뒤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그 뒤 2009년 12월부터 클리블랜드 산하 A팀 레이크카운티에서 투수 코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테리 프랑코나 감독(59) 부임한 2013년 메이저리그 투수 코치로 승격하게 됩니다. 그다음부터 클리블랜드 투수진이 달라졌습니다.
'평균자책점+'는 '리그 평균자책점÷팀 평균자책점×100'으로 계산합니다. 따라서 이 기록이 높을수록 팀 성적이 좋았다는 뜻입니다.
투수 코치 시절 캘러웨이 감독 수제자로 꼽을 수 있는 건 코리 클루버(32). 켈러웨이 감독은 마이너리그 순회 코치 시절이던 2012년 그에게 투심 패스트볼(아래 GIF) 장착을 주문했습니다. 그 전까지 실전에서 투심을 구사한 적이 없던 클루버였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2014년과 지난해(2017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거듭났습니다. 또 원석에서 그냥 돌멩이로 전락했던 트레버 바우어(27)를 지난해 17승(9패) 투수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선발만 잘 키운 게 아닙니다. 클리블랜드는 불펜 운용 스타일도 다른 팀하고 달랐습니다. 한 마디로 팀내 최고 불펜 투수인 앤드류 밀러(33) 카드를 가장 위기라고 판단한 순간에 꺼내드는 것. 리그를 막론하고 이런 투수는 마무리를 맡아 주로 9회에 등판하는 게 보통. 그래야 세이브를 챙길 수 있으니까요. 캘러웨이 감독은 이 틀을 벗어나 불펜 운용 전략을 짰습니다.
올해 메츠 역시 '짠물 야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팀 평균자책점 2.47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팀이 바로 메츠입니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1.49로 애틀랜타(1.42)에 이어 2위. 지난해 메츠 불펜은 평균자책점 4.82로 뒤에서 두 번째였습니다.
메츠 마무리 투수 유리스 파밀리아(29)는 "지난해 불펜 운용과는 달라졌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캘러웨이 감독은 어떤 투수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타자들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통산 157홈런을 기록 중인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3)는 "캘러웨이 감독은 최신 야구 흐름에 정통한 젊은 감독"이라며 "의사소통을 아주 잘하고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잘 나가는 메츠지만 시즌은 길고 깁니다. 요기 베라(1925~2015)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을 남긴 건 1973년 메츠 감독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이 발언은 긍정적인 뜻입니다.) 메츠가 확실히 '메이저리그 올해의 뉴욕 팀'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