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적어도 프랑스 파리에서는 가브리녜 무구루사(23·스페인·세계랭킹 4위·사진) 앞에서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35·미국·1위)마저 순한 양이 되고 맙니다. 올해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전까지 두 선수 맞대결 성적은 1승 3패로 무구루사의 열세. 무구루사가 딱 한 번 이겼을 때가 2014년 프랑스 오픈 2라운드였습니다. 올해 프랑스 오픈이 끝나고 맞대결 성적은 2승 3패로 바뀌었습니다. 프랑스 오픈에서 또 무구루사가 이긴 것. 그것도 무려 결승전 승리였습니다.

 

무구루사는 3일(현지 시간) 롤랑 가로스 코트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윌리엄스에 2-0(7-5, 6-4) 완승을 거뒀습니다. 무구루사로서는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승리였습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무구루사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른 건 지난해 윔블던 결승 딱 한번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상대는 윌리엄스였고 무구루사가 0-2(4-6, 4-6)로 졌습니다. 윔블던은 클레이 코트가 아니라 잔디 위에서 열리니까요.


무구루사는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 클레이 코트"라며 "오늘은 내게는 물론 조국 스페인에도 아주 뜻깊은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습니다. 무구루사는 이날 우승으로 1998년 이 대회 정상을 차지한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45·은퇴) 이후 18년 만에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스페인 선수가 됐습니다. 해외 언론은 무구루사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30·5위)은 떠났어도 클레이 코트의 여왕이 등장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국적은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이지만 무구루사는 어머니 고향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베네수엘라는 미녀 배출국으로 유명하죠. 괜히 제가 꼽은 올해 미녀 테니스 랭킹에서 4위에 이름을 올린 게 아닙니다. 세 살 때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았고 스페인으로 이사한 뒤 여덟살 때부터 바르셀로나에 있는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우상은 당연히 윌리엄스. 


무구루사는 이날 승리로 자기 우상 윌리엄스를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에서 이긴 역대 다섯 번째 선수가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친언니 비너스 윌리엄스(36·미국·11위)가 2001 US 오픈과 2008 윔블던에서 동생을 두 차례 이겼고 2004 윔블던 때는 마리야 샤라포바(29·러시아·23위)가 윌리엄스를 꺾었습니다. 2011년 US 오픈 결승전에서는 서맨사 스토서(32·호주·24위)가 우승자가 됐고, 올해 호주 오픈 때는 앙겔리크 케르버(28·독일·3위)가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윌리엄스를 물리쳤습니다. 


또 올해 호주 오픈에서 무구루사가 우승하면서 최근 세 차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는 모두 '초짜'가 승리를 거두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지난해 US 오픈 챔피언 플라비아 펜네타(34·이탈리아·10위)도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고, 케르버 역시 올해 호주 오픈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반면 윌리엄스는 이날 패배로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역대 최다 우승 타이 기록 달성을 다음으로 미뤄야했습니다. 윌리엄스는 이날 경기 결과를 포함해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전에서 21승 6패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현재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는 22번 우승한 슈테피 그라프(47·독일)입니다. 윌리엄스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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