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사철을 앞두고 영업 노하우를 공유 중인 두 분식집 사장. 결국 김성근 사장(왼쪽)이 이끄는 한화 분식집이 지난해 최고 매출을 올린 넥센 분식집(사장 염경엽·오른쪽)을 꺾고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대신 개인별로는 넥센 분식집 김세현 요리사(29·개명 전 김영민)가 최고 손맛을 자랑하고 있다.
한화 분식집 김성근 사장은 심심하면 요리사를 바꾸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철학은 확실하다. 김 사장은 1일 가게 문을 열기 전 "밖에서는 그냥 그거(잦고 이른 요리사 교체) 가지고 난리인데 더 깊은 곳에서 요리를 볼 필요가 있다. 요리사를 빨리 바꾸는 것보다 왜 빨리 바꾸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어 "우리도 요리사를 아끼고 싶다. 하지만 (전날 주방장을 맡은) 송은범 요리사(32) 음식이 전부 다 싱거웠다. 만약 그대로 손님 몇 명이 자리를 떴으면 아예 그날 장사를 공쳐야 했을 판"이라면서 "만약 음식이 맛이 없어도 짜면 바꾸지 않는다. 어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TV를 봐도 요리사를 바꾸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직접 카운터를 차지하고 앉아 (계산)해보라고 하고 싶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사장은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건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밖에서 식당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결과는 볼 수 있다. 그래서 kini's sportugese에서는 H카드사 도움을 얻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델파이 기법으로 요리사가 바뀔 때마다 한화 분식집 매출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해 봤다. 다른 집과 비교가 가능하도록 한화 분식집뿐 아니라 프로야구 거리 10개 분식집을 모두 조사했다.
▌프로야구 거리 10개 분식집 결제율
분식집 | 주방장 근무 시간 | 평균 요리사 숫자 |
넘겨 받은 요리 | 결제 성공 요리 | 결제율 |
한화 | 3.8 | 5.1 | 191 | 86 | 45.0% |
넥센 | 5.4 | 4.0 | 68 | 26 | 38.2% |
kt | 4.7 | 4.6 | 133 | 50 | 37.6% |
LG |
5.1 | 4.7 | 148 | 55 | 37.2% |
삼성 | 5.4 | 4.3 | 114 |
41 | 36.0% |
NC | 5.5 | 4.4 | 93 | 33 | 35.5% |
두산 |
5.7 | 4.0 | 82 | 29 | 35.4% |
SK |
5.7 | 4.1 | 95 | 32 | 33.7% |
롯데 | 5.1 | 4.0 | 121 | 36 | 29.8% |
KIA | 5.7 | 3.8 | 82 | 21 | 25.6% |
합계 | 5.2 | 4.3 | 1127 |
409 |
36.3% |
※ 1일 현재
그 결과 한화 분식점은 10개 분식집 평균보다 요리사는 24.1% 더 많이 바꾸며 매출도 24.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방장을 빨리 퇴근시켰을 때 매출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베이스볼 비키니에서 이미 확인한 적이 있다. 분식집 매출을 늘리려면 요리사를 빨리 바꿀 수밖에 없다는 김 사장 항변이 영 허튼 소리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요리 중간에 10번 이상 음식을 넘겨 받은 요리사 중에서는 맨 처음에 쓴 것처럼 넥센 분식집 김세현 요리사가 14명 중 9명(64.3%)이 결제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결제율 61.8%(43명 중 21명)를 기록한 박정진 요리사(40·한화 분식집)가 2위, 삼성 분식집 김대우 요리사(28)가 55.6%(18명 중 10명)를 차지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현 요리사는 "(결제 시기를 뒤로 미루게 되는) 세이브 결제 부문 2위(14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니 제 요리 실력이 떨어졌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면서 "국자를 넘겨 받았을 때 얼마나 요리가 짜지는지 알려주는 WPA(Win Probability Added)를 보면 0.09로 예전 실력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믿고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kini註 - 당연히 모든 이야기는 100% 픽션입니다.
kini註² -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봐 부연 설명. 야구에서는 앞선 투수가 남기고 간 주자를 승계 주자(Inherited Runner)라고 부릅니다. 이 주자가 득점에 성공해도 나중에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 평균자책점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야구 팬들은 이런 상황을 경영 용어에서 따와 와 '분식(粉飾)회계'라고 부릅니다. 결국 이게 소리가 같은 분식(粉食)으로 바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