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로드' 알렉스 로드리게스(41)가 은퇴 예고 선언을 했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로드리게스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계약이 끝나는 2017년 이후 은퇴하겠다고 말했다"고 24일 보도했습니다. 로드리게스는 "내년 시즌이 끝이다. 이제 집에 가서 아빠 노릇을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로드리게스는 지난해까지 통산 687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 28개만 더 치면 베이브 루스(1895~1948)를 넘어서게 되고, 69개를 치면 행크 아론(82)도 뛰어 넘게 됩니다. 역대 1위(762개) 배리 본즈(52)를 넘어서려면 남은 2년 동안 연평균 38개를 날려야 합니다. 로드리게스 팬이라면 도핑(약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으로 2014년을 통째로 날린 게 아쉬운 대목이겠죠.
1996년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로드리게스는 첫해부터 타율 .358, 36홈런, 123타점을 기록하며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포지션이 유격수였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괴물 같은 성적이었죠. 당시 데릭 지터(42·양키스), 노마 가르시아파라(43·보스턴)와 함께 3대 유격수로 불렸는데 타격 솜씨 하나는 이 둘이 로드리게스를 못 따라왔습니다. 실제로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실버실러거는 6년(1998~2003년) 연속 로드리게스 차지였습니다.
그 다음은 돈으로 놀래켰죠. 로드리게스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000년 10년 동안 2억5200만 달러(현재 약 2926억9800만 원)에 텍사스와 계약했습니다. 나중에는 텍사스도 이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다른 전력을 보강할 길이 막혔으니) 2003년 보스턴에서 뛰던 매니 라미레스(44)와 트레이드하려 했지만 선수 노조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 대형 계약을 끌어안을 팀은 보스턴 아니면 양키스밖에 없었고 로드리게스는 2004년 2월 결국 핀스트라이프(양키스 유니폼)를 입게 됐습니다.
양키스에서 로드리게스는 차마 지터 자리를 빼앗지 못해 3루수로 포지션을 바꿨습니다. 로드리게스는 2007년 54홈런을 기록하며 생애 세 번째 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현재 계약에서 빠져 나와 다시 FA가 되는 일)을 선언했습니다. 물론 양키스와 FA 계약을 새로 맺었는데 이번에는 10년간 2억7500만 달러(현재 약 3194억1250만 원)짜리였습니다. 이 계약이 이번에 끝나는 그 계약입니다.
로드리게스는 메이저리그에서 21년 동안 뛰면서 총 3억7828만5104 달러(현재 약 4393억7849만 원)를 벌어들였는데 당연히 역대 최고액입니다. 이 부문 2위 지터(2억6515만9364 달러)하고 비교해도 1억 달러 이상 많은 금액입니다. 내년 연봉까지 받고 나면 로드리게스는 미국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처음으로 총 연봉 4억 달러를 돌파한 선수가 됩니다.
기록만 보면 이렇게 대단한 선수지만 문제도 많았습니다. 시대가 다 그런 시대였다고 해도 약물 복용은 절대 칭찬할 수 없는 일. 게다가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종종 비(非)매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또 포스트시즌에 약한 이미지도 이 정도 슈퍼스타에게는 달가울 리 없는 일입니다.
보스턴 팬으로서 참 얄미운 선수였는데 막상 이렇게 떠난다니 또 마음 한 구석에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좋든 싫든 제 (안티)팬질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선수니까요. 야구와 함께 나이 들어 간다는 게 그런 일이겠죠. 언젠가 떠나는 적장에게 박수를 쳐줘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