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미국프로농구(NBA)를 상징하는 브랜드는 나이키입니다. 그 유명한 '조던 시리즈'를 시작으로 코비 브라이언트(38·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32·클리블랜드)처럼 내로라하는 선수들은 모두 나이키를 신었습니다. NBA 전체를 봐도 선수들이 가장 많이 신는 신발이 나이키입니다.
그런데 현재 NBA 최고 스타 스테픈 커리(28·골든스테이트·사진)는 언더 아머 고객입니다. 언더 아머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닙니다. 언더 아머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뽑은 지난해 스포츠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래도 NBA 선수들 사이에 인기는 없습니다. 커리가 처음 언더 아머와 계약한 2013~2014 시즌 기준으로 NBA에서 이 브랜드 신발을 신는 선수는 10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언더 아머가 커리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뭘까요?
정확히 말하면 나이키가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 찼습니다. 2009~2010 시즌에 데뷔한 커리도 프로 첫 네 시즌 동안에는 나이키 신발을 신었습니다. 그러다 2013년 나이키와 재계약 협상을 벌였습니다. 나이키에서 제시한 금액은 연간 250만 달러(약 29억375만 원).
문제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24일 ESPN에 따르면 당시 나이키는 이름을 /스테프-온/이라고 잘못 발음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당시 협상에 함께 참여했던 NBA 선수 출신 아버지 델 씨(52)는 "전에도 사람들이 종종 발음을 잘못하는 걸 들어서 놀라지 않았다. 내가 놀란 건 실수를 바로 잡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계약 내용을 설명하는 파워포인트에 커리 이름 대신 케빈 듀란트(28·오클라호마시티)가 들어 있었습니다. 파워포인트를 재활용하는 복붙 과정에서 이름을 바꾸지 않았던 것. 델 씨는 "그 뒤로 뭐라고 떠들든 신경을 쓰지 않았다.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만 신경 썼다"고 회상했습니다. 네,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살기 마련입니다.
나이키는 청소년 농구 캠프 개최권을 두고도 미래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나이키는 카이리 어빙(24·클리블랜드)이나 앤서니 데이비스(23·뉴올리언스) 같은 선수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농구 캠프를 열 수 있게 후원하고 있었습니다. 커리도 자기 이름을 딴 캠프를 열고 싶어 했지만 나이키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커리로서는 자존심이 상한 게 당연한 일.
사실 나이키는 커리가 시그니처 슈즈(선수 이름을 딴 신발)를 팔 수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언더 아머는 생각이 달랐죠. 언더 아머는 커리에게 나이키 제시액보다 60% 많은 연간 400만 달러(약 46억4600만 원)를 제안했습니다.
커리는 2014~2015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면서 언더 아머가 사람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커리의 MVP 시즌이 끝났을 때 언더 아머 매출은 754%가 올랐습니다.
지난 오프 시즌 커리는 언더 아머와 2024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커리가 언더 아머의 마이클 조던(53)이 된 셈입니다. 케빈 플랭크 언더 아머 최고경영자(CEO)는 "커리와 함께 10억 달러(약 1조1615억 원)짜리 농구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만 같다면야 못할 게 없는 이야기. 이렇게 되면 언더 아머는 아디다스를 몰아내고 전 세계 넘버2 신발 브랜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