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출루율, 장타율은 같은데 타율이 다를 때'라는 글을 썼습니다. 제가 자주 가던 야구 커뮤니티에서 "OPS(출루율+장타력)가 같다면 타율이 더 낮은 선수가 좋다"고 주장하는 분이 계셔서 이를 반박하는 뜻으로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 주장을 반박했으니 당연히 제 주장은 타율이 높은 선수가 낫다는 겁니다.
저 글에서 저는 타율 .250/출루율 .400/장타력 .500을 기록하는 타자 A와 .350/.400/.500인 타자 B를 가정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600타석에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A는 볼넷을 120개 얻고 240루타를 기록해야 합니다. B는 46볼넷, 277루타입니다. 결국 볼넷 74개 차이를 37루타가 이겨낼 수 있느냐 하는 싸움이 됩니다. 그러니까 볼넷 가치가 0.47루타 이상이냐 하는 게 관건이 되는 겁니다.
빌 제임스는 RC(Runs Created)를 고안해 내면서 볼넷이 0.24루타 정도 가치가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RC를 계산해 보면 A는 104, B는 110이 나옵니다. 2012~2014 프로야구 득점 가치를 가지고 계산해 봐도 볼넷은 약 0.28루타 수준입니다. 그러니 이론적으로는 출루율, 장타력이 엇비슷하다면 타율이 높은 선수가 더 생산력이 높은 타자인 겁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출루율, 장타력이 엇비슷할 때 얘기입니다. 거꾸로 타율이 똑같을 때는 당연히 출루율과 장타력이 높은 편이 낫습니다. 그게 OPS처럼 계산하기 쉬운 기록이 그 어떤 세이버메트릭스 지표 못지 않게 타자 능력을 잘 보여주는 이유입니다.)
이제 이론이 실제 선수들 기록에도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할 차례. 프로 원년(1982년)부터 2007년까지 기록은 지난 번에 다뤘으니 이번에는 그 이후에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대상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시즌에 최소 3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단, 시즌 사이에 5년 이상 차이가 나면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 까닭에 조성환 현 KBSN 해설위원(40)이 2008년 .327/.380/.463으로 2013년 최희섭(37) .258/.380/.464하고 출루율, 장타력이 거의 똑같으면서 타율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아래 명단에서는 빠졌습니다.
자, 한번 아래 표를 보시고 여러분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타자가 윗줄에 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확인해 보세요. 표를 드래그하면 해당 선수 이름을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구분 | 연도 | 타율 | 출루율 | 장타력 | OPS | 타율 차이 | 선수 |
A | 2014 | .362 | .456 | .538 | .994 | .046 | 손아섭 |
2015 | .316 | .457 | .539 | .993 | 김태균 | ||
B | 2014 | .317 | .368 | .484 | .852 | .046 | 채태인 |
2014 | .271 | .371 | .481 | .852 | 이호준 | ||
C | 2009 | .350 | .437 | .483 | .920 | .047 | 정근우 |
2010 | .303 | .440 | .480 | .921 | 박석민 | ||
D | 2012 | .300 | .333 | .400 | .733 | .047 | 이병규 |
2011 | .253 | .333 | .399 | .733 | 이호준 | ||
E | 2014 | .337 | .413 | .507 | .921 | .051 | 이재원 |
2014 | .286 | .411 | .507 | .918 | 최준석 | ||
F | 2010 | .315 | .373 | .431 | .804 | .053 | 안치홍 |
2011 | .262 | .379 | .425 | .804 | 박경완 | ||
G | 2009 | .269 | .340 | .395 | .735 | .054 | 이인구 |
2010 | .215 | .343 | .392 | .735 | 나지완 | ||
H | 2009 | .371 | .435 | .533 | .968 | .069 | 홍성흔 |
2010 | .302 | .440 | .528 | .968 | 이범호 | ||
I | 2010 | .331 | .381 | .460 | .841 | .073 | 이진영 |
2013 | .258 | .380 | .464 | .845 | 최희섭 | ||
J | 2009 | .372 | .418 | .582 | .999 | .087 | 박용택 |
2009 | .285 | .416 | .586 | 1.002 | 박석민 |
평소 가지고 계신 생각대로 나오셨나요? 마지막으로 이 쌍도 한 번 확인해 보시죠. (역시 드래그하시면 이름이 나옵니다.) 2009년에 .329/.464/.526을 기록한 A(양준혁) vs 2013년에 .381/.459/.542를 때린 B(채태인) . 이번에는 생각이 그대로이십니까? 아니면 바뀌셨나요? 저는 이 때는 A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