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윤요섭(33·사진)이 5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습니다. 이럴 때는 보통 퓨처스리그(2군)로 내려보내는 게 보통이지만 조범현 감독은 그를 3군으로 보냈습니다. 2군 경기도 뛰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최근 5경기서 타율 0.385, 1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던 선수에게는 이례적인 조치입니다.
조 감독은 이날 안방 수원구장에서 삼성과 경기를 치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윤요섭이 자신만 생각하고 팀을 위한 마음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감독이 문제를 삼은 건 1-6으로 뒤지고 있던 전날 경기 5회말 상황. 윤요섭은 이 타석에서 차우찬(28)을 상대로 먼저 볼 3개를 얻어냈지만 네 번째 공에 방망이를 휘둘러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조 감독은 "크게 리드하고 있을 때는 3볼에서도 칠 수 있다. 하지만 어제는 아니었다. 안타든 홈런이든 그 상황은 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지고 있을 때는 주자를 모아야 했다"면서 "팀이 이제 하나가 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안타깝다. 윤요섭이 1∼2년차도 아니고 연차가 꽤 되지 않았나. 이젠 팀을 생각해야할 나이"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볼 카운트 3볼 0스트라이크에서는 치면 안 되는 걸까요? 일단 2012~2014년 프로야구에서 5점차 이상으로 지고 있을 때 이 볼 카운트가 나온 건 467번. 이 중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른 건 모두 26번(5.6%)였습니다. 분명 드물기는 하지만 아예 없는 일은 아니었죠. 이 가운데 10번은 방망이에 맞은 공이 타율 .400, 장타력 1.100으로 남았습니다. OPS(출루율+장타력) 1.500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10타수는 너무하니 표본을 늘려 보죠. 점수차를 무시하고 알아보면 3볼 0스트라이크에서 타격한 177타수 성적은 타율 .446, 장타력 .814였습니다. OPS로는 1.260이 되는 기록이죠. 올 시즌 현재 OPS 1위 NC 테임즈(29)가 1.254입니다. 그러니 윤요섭이 방망이를 휘두른 게 잘못한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겁니다.
만약 윤요섭이 공 하나를 지켜봤다면 볼넷을 얻어낼 수 있었을까요?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원래 타자가 흘려 보낸 공 중에서는 30.8%만 스트라이크입니다. 그런데 이 카운트에서는 54.9%가 스트라이크로 들어옵니다. 일단 타자들이 스트라이크도 하나 정도 기다리는 게 제일 큰 이유. 두 번째 이유는 스트라이크존 자체가 넓어진다는 점입니다. 야구 좀 오래 보신분이라면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죠? 그래서 윤요섭이 때린 이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예상대로 이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 3볼 1스트라이크가 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주자를 모아야 했다"는 조 감독 말을 따라 출루율만 따져 보면 .773에서 .623으로 내려갑니다. 가만히 공을 기다리고 있으면 출루율이 더 내려가는데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 게 팀을 더 생각하는 길이었을까요? OPS마저 1.087로 줄어드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조 감독은 윤요섭이 팀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로 "넥센 시리즈 때도 계속 초구에 방망이가 나갔다"고 얘기하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윤요섭은 올 시즌 초구를 때렸을 때 타율 .357, OPS .90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전체 타율 .276, OPS .758을 모두 뛰어 넘는 성적입니다.
물론 조 감독이 그저 이 두가지 이유만으로 섣불리 윤요섭을 문책한 건 아닐 겁니다. 꾸준히 윤요섭을 관찰한 결과 지금쯤 각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더 옳은 설명이겠죠. 4일 경기 5회말 타석은 그저 도화선 또는 방아쇠였을 겁니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도 세이버메트리션 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핑계를 찾을 수는 없었을까 궁금한 것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