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추 트레인' 추신수(33)가 5월 들어 '인아웃 스윙'을 되찾으면서 타격 기록도 좋아졌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넥센 박병호(29·사진) 역시 인아웃 스윙으로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며 8일 프로야구 목동 경기를 정리했습니다. 도대체 인아웃 스윙이라는 건 뭘까요?
이 스윙 기법을 영어로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스윙'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로 바꾸는 과정에서 몇 가지 변종이 등장했습니다. 제가 기사에 '인아웃 스윙'이라고 쓴 건 취재 과정에서 이 표현을 제일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인앤아웃 스윙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아예 알파벳으로 'In & Out'이라는 표현을 덧붙인 것도 봤습니다.) 용어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부터가 아직 한국에서는 이 개념이 널리 퍼진 건 아니라는 반증일 겁니다.
김용달 전 KIA 퓨처스리그(2군) 감독은 자기가 쓴 책 '용달매직의 타격비법'에 이 개념을 '인사이드-아웃 스윙'이라고 쓰면서 "타격 시 톱 핸드의 팔을 V자로 만들어 몸쪽에 붙이고 코킹을 유지하면서 L자로 컨택트하는 스윙"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코킹·cocking은 타격 동작에서 손목이 자연스럽게 꺾이는 모양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톱 핸드(Top Hand)'는 방망이를 잡을 때 위로 올라오는 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니 오른손잡이는 오른손, 왼손잡이는 왼손이 톱 핸드입니다. "V자로 만들어 몸쪽에 붙인다"는 건 팔꿈치하고 관계가 있는 표현입니다. 타격할 때 팔꿈치가 몸통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팔꿈치는 V자 형태를 띄게 됩니다. (타격 자세를 한번 따라해 보세요.)
박병호가 8일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린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시면 여태 글로 쓴 게 어떤 의미였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들 이렇게 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포스트 맨 아래 사진을 확인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팔꿈치를 몸통에 붙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래야 방망이가 그리는 호(弧)가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타자가 똑같은 힘으로 스윙 한다고 했을 때 돌아가는 거리가 짧다면 당연히 배트 스피드가 빨라질 겁니다. 그러면 공도 더 강한 힘으로 때릴 수 있게 됩니다.
오른쪽 그림은 원래 골프 관련 인터넷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녀석이지만 이 원리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해 가져 왔습니다. (미리 기사를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인사이드 아웃 스윙이라는 표현은 골프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야구로 바꿔 보실 때는 그림에 골퍼(golfer)라고 돼 있는 부분에 타자가 서 있다고 가정하면 될 겁니다. 이 그림을 보면 '아웃인 스윙'을 하면 왜 "방망이가 돌아나온다"고 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 인아웃 스윙 붐을 불러 일으킨 인물로 흔히 꼽히는 건 김무관 SK 타격 코치. 미국은 당연히 더 일렀습니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는 1970년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을 쓰면서부터 "인아웃 스윙은 장타 욕심으로 무조건 당겨 치는 타자들에게 인아웃 스윙은 만병통치약(panacea)"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가 이 책에서 인아웃 스윙을 설명하며 넣은 사진과 삽화.
윌리엄스가 남긴 이 조언을 떠올릴 때마다 저는 박병호가 얼마나 대단한 타자인지 새삼 느낍니다. 몸 쪽 공에 약점이 있던 걸 인아웃 스윙으로 커버한 것도 모자라 '누워치기'까지 터득했으니 말입니다. 사실 저 누워치기라는 게 등 근육을 바탕으로 인아웃 스윙을 극대화한 형태. 2013년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2005년 데뷔한 박병호 선수는 지난해(2012년) 처음으로 한 시즌 전체를 소화했다. 그러면서 몸 쪽 공에 약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게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약한 이유였다. 약점이 분명한 만큼 상대 배터리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그 코스만 공략하면 그만이었다.
몸 쪽 공은 바깥쪽 공보다 타이밍을 더 빠르게 잡아야 방망이 중심에 맞힐 수 있다. 그래서 보통 타자들은 몸 쪽 공을 칠 때 최대한 빠르게 스윙하려고 애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커브나 체인지업처럼 느린 변화구에는 약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몸 쪽 공에 약점이 있는 선수가 바깥 쪽 변화구에도 애를 먹는 건 이 때문이다.
박병호 선수는 다른 길을 택했다. 지난 겨우내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등 근육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상체가 탄탄하게 받쳐주면서 몸을 뒤로 눕혀 팔을 쭉 뻗은 채로 방망이를 휘둘러도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자기 몸을 활용해 공의 상대적 위치를 바꾸는 기술을 터득한 것이다. 그 결과 변화구에 대한 타이밍을 잃지 않고도 몸 쪽 공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시즌 초반 박병호 선수는 변화구를 밀어 쳐 홈런을 만들었고 시즌을 치르면서 점점 몸 쪽으로 타이밍을 옮겼다. 이제 상대 투수들은 그를 대할 때 "던질 곳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올 시즌 초반 페이스는 기대보다 살짝 떨어지는 게 사실. 특히 7회 경기는 넥센 4번 타자 박병호가 삼성 4번 타자 최형우(32)에게 KO패를 당하며 대패했다고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아는 타자니 그를 의심할 일은 없습니다. 아내 이지윤 씨(33)를 만나며 인아웃 스윙에 눈떠 야구 인생 자체를 박병신에서 박병갑으로 바꾼 선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