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이론의 양대 산맥은 테드 윌리엄스의 '회전 타격 시스템(rotational hitting system)'과 찰리 로의 '선형 타격 시스템(linear hitting system)'으로 나뉩니다. 회전 타격은 거의 제자리에서 체중을 뒤에 둔 채 하체와 몸통을 빠르게 회전시켜 타격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선형 타격은 타격 과정에서 앞다리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유효 질량(effective mass)'을 활용해 타격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삼성 최형우가 회전 타격 시스템 형태로 타격을 하는 대표 타자, LG 이대형은 선형 타격 시스템의 대표 주자입니다. 보통 체중이 좀 나가는 중장거리 타자는 회전 타격 방식, 발 빠른 '똑딱이' 타자는 선형 타격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메이저리그 신시내티의 '추추 트레인' 추신수는 어떨까요?

추신수는 자기 타격 폼에 대해 "공과 방망이가 닿을 때까지 체중을 뒤에 두고 친다. 어떤 스타일이든 방망이와 공의 임팩트 순간에는 체중이 공보다 뒤에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 체중을 앞으로 이동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추신수는 회전 타격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겁니다. 회전 타격 방식이라고 '체중 이동'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요.

아래는 15일(현지시간) 경기에서 추신수가 시즌 8호 홈런을 터뜨린 4회초 세 번째 타석을 찍은 사진.


콘택트 직전 이 순간을 야구 용어로는 '투 텐스(two tense)' 라고 합니다. 이 때 타자는 상·하체를 회전시키면서 동시에 아랫손(bottom hand·사진에서는 오른손) 팔꿈치와 앞다리 무릎을 폅니다. 몸 한 쪽(좌타자는 우른쪽)을 '브레이크'로 쓰려고 하는 겁니다. 다른 말로는 '벽을 만든다'는 표현도 씁니다.

빠르게 달리던 자동차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 몸이 앞으로 튀어나갑니다. 이 원리로 곧게 관절을 펴 회전에 브레이크를 걸면 윗손(top hand·왼손)과 상체의 회전이 더 빨라집니다. 이렇게 방망이 회전을 가속해 나가는 과정에 공이 제대로 와서 맞으면 장타가 나오는 거죠. 당연히 몸 전체는 턱부터 발끝까지 동일한 축을 두고 회전해야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건 손 동작. 사진을 보면 손바닥이 오른손은 바닥을 왼손은 하늘을 향해 붙어 있습니다. 팔목을 비틀지 않은 거죠. 또 이 모양을 만드려면 오른쪽 팔꿈치는 쭉 펴고, 왼쪽 팔꿈치는 v자로 몸통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방망이를 든 쪽 손이 몸통에 붙어 있어야 방망이가 그리는 호(弧)가 짧아집니다. 힘이 똑같을 때 돌아가는 거리가 짧다면 당연히 배트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몸통을 돌리는 회전력은 사실 대부분 엉덩이 회전에서 나옵니다. 엉덩이를 돌릴 때 중심점(pivot)이 되는 게 바로 앞발끝. 앞발이 닫힌 채로 날아오는 공과 평행을 이루면 최적의 타격 포인트에서 공을 때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방망이를 돌리게 되면 뒷발이 살짝 뜰 정도로 들리게 됩니다. 동적 균형(dynamic balance)을 유지한 상태로 체중 이동이 되는 셈이죠.

물론 홈런을 때릴 때만 보면 누구나 이상적인 타격폼처럼 보이죠. 또 어떤 이상적인 폼이 있고 그 폼에 모든 선수가 따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타격이든 기본은 회전 운동. 이 과정에서 회전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고, 또 그 에너지를 타격 순간까지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좋은 타격 자세의 기초입니다.

+2013년 5월 10일 사진 추가

 
NC 다이노스 차화준 타격폼을 보면 위에 제가 쓴 많은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중심이 무너진 타격 폼이죠. 갑자기 안 좋은 예로 등장시켜 미안하지만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보다가 눈에 띄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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