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더 몬스터' 류현진(26)의 등판이 7일(한국 시간)로 연기됐습니다. 상대팀도 콜로라도에서 '추추 트레인' 추신수(31)가 뛰는 신시내티로 바뀌었죠. 그 덕에 류현진은 추신수(.881)는 물론 제이 브루스(.820)와 조이 보토(.928)까지 OPS(출루율+장타력) .800을 넘는 왼손 타자 3명과 상대해야 합니다. 예전 같으면 류현진 팬들이 걱정하셔야 할 상황이지만 이제 한 시름 놓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류현진은 왼손 타자에게 약한 왼손 투수. 왼손 타자 피안타율(.268)이 오른손 타자 피안타율(.246)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올스타 휴식기 이후(후반기)에는 왼손 타자 피안타율을 전반기 .289에서 .226으로 끌어 내렸습니다. OPS 허용 역시 .798에서 .594로 낮아졌죠. 전반기에 류현진을 상대한 왼손타자는 LG 박용택처럼 공을 때렸지만 후반기에는 같은 팀 이대형 수준으로 떨어진 겁니다.
류현진이 왼손 타자를 쉽게 상대할 수 있게 된 건 체인지업 덕입니다. 전반기에 류현진은 왼손 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는 투수였습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나온 투구 자료를 분석해 보면 류현진이 전반기에 왼손 타자에게 던진 체인지업은 15개가 전부였습니다. 비율로는 2%밖에 안 됐죠. 후반기에는 이 비율이 14%로 7배 늘었습니다. 후반기에 왼손 타자가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때렸을 때 타율은 .100밖에 안 됩니다. 빠른 공은 여전히 .320로 높습니다.
<류현진 왼손 타자 상대 구종 선택 비율 및 상대 기록>
구분 | 속구 | 커브 | 슬라이더 | 체인지업 | 피안타율 | OPS 허용 |
전반기 | 57% | 32% | 9% | 2% | .289 | .798 |
후반기 | 52% | 29% | 5% | 14% | .226 | .594 |
자료: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이 좋은 공을 왜 전반기에는 왼손 타자를 상대로 던지지 않았을까요?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못 던진 게 아니라 안 던진 게 맞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류현진이 국내 경험을 토대로 왼손 타자는 빠른 공, 커브, 슬라이더만 가지고도 요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죠. 사실 류현진은 국내에서는 슬라이더도 잘 안 던지던 투수였습니다. 그러다 메이저리그에서 왼손 타자에 약점을 드러내자 '비장의 무기'처럼 체인지업을 꺼내든 겁니다. 허 위원은 "류현진이 얼마나 영리한 선수인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류현진은 왼손 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질 때는 릴리스포인트(투수 손가락 끝에서 공이 떨어지는 지점)가 최대 20㎝ 정도 밑으로 내려온다는 겁니다. 오른쪽 그림에서 푸른 색이 체인지업, 나머지가 다른 구종을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입니다. 포수가 앉은 자리에서 본 거니까 팔을 밑으로 내려서 던지는 겁니다.
오른손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질 때도 팔이 내려오지만 이 정도는 아닙니죠. 타자가 보기에는 정통파에 가깝게 속구를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스리쿼터 형태로 체인지업을 던지는 겁니다. 게다가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왼손 타자 몸 쪽으로 휘어들어오는 궤적이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가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류현진을 상대하는 왼손 타자들은 오른손 타자가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할 때 느끼는 어려움을 맛보는 셈이죠.
한 달 기준으로 보면 류현진은 8월에 가장 많은 이닝(38이닝)을 소화하면서 가장 승수(4승)를 쌓았습니다. 류현진이 조금씩 자기 공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증거죠. 9월에는 이 기록을 더욱 경신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