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상식 퀴즈 하나: 도로공사와 인삼공사 중 진짜 공사(公社)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한국)도로공사입니다. (KGC)인삼공사는 민영화가 끝난 KT&G 산하 자회사로 "국가적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공공 기업체의 하나(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가 아닙니다. 대법원에서 회사 이름에 '공사' 명칭을 써도 계속 좋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쓰고 있는 것뿐입니다.


이 때문에 프로 스포츠 팀을 운영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프로배구 여자부 인삼공사는 정식 프로 팀이지만 도로공사는 모기업 특성상 남자부 한국전력과 함께 준(準) 프로 팀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공기업 팀은 선수 구성에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기업처럼 선수가 원하는 만큼 몸값을 올려주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1970년 창단한 도로공사가 2011년 컵 대회 우승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우승 경험이 없는 이유입니다. 실업 배구 시절을 포함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올 시즌을 앞두고 180도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로 손꼽힌 세터 이효희(35·전 기업은행·왼쪽)와 센터 정대영(34·전 GS칼텍스)을 동시에 영입한 겁니다. 두 선수를 영입하는 데 쓴 돈만 3억8000만 원. 도로공사는 이와 함께 '워킹맘'인 장소연(41)과 정대영은 숙소 대신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게 허락한 건 물론 훈련 때 딸을 직원용 놀이방에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투자는 성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도로공사는 1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방문 경기에서 인삼공사를 3-0(25-16, 25-15, 25-21)으로 완파했습니다. 이로써 승점 49점을 확보한 도로공사는 2위 현대건설(43점)에 승점 6점 차이로 앞서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면 도로공사는 프로 원년(2005시즌)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하게 됩니다. 당시 최종 성적은 준우승이었습니다.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은 경기 후 "아직 우승에 다가갔다는 말은 이르다. 한 경기 한 경기 착실하게 준비할 뿐"이라면서 "우리가 현대건설(22경기)보다 두 경기 더 치렀기 때문에 승점 차는 큰 의미가 없다. 14일 현대건설과 맞붙는 만큼 그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효희는 "내가 가는 팀마다 우승을 한다고 하는데 이번 시즌에도 우승하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효희는 2005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도로공사를 꺾은 KT&G(현 인삼공사)의 주전 세터였고, 2008~2009 시즌에는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최정상에 섰습니다. 이효희는 2012~2013 시즌 기업은행을 창단 2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이효희는 이날 경기서 코트에 자주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골고루 공을 올렸습니다. 그 덕에 이날 교체로 들어온 7명 중 5명이 득점을 올렸습니다. 하종화 전 현대캐피탈 감독 딸로 유명한 하혜진(19)도 프로 데뷔 첫 득점을 올렸죠. 대신 다른 베테랑 선수들이 휴식 시간을 보낼 때 이효희는 계속 코트를 지켜야 했습니다. 그래도 "감독님이 오늘 다른 선수들은 교체해도 저는 안 바꾸겠다고 미리 말씀하셨다. 체력 관리 비결은 따로 없고 밥을 잘 먹는다"며 웃었습니다.


도로공사하면 니콜(29·미국) 얘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날 28점을 올린 니콜은 올 시즌 공격 점유율 51.8%로 V리그에서 뛴 3년 중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 제도 시행으로 다음 시즌부터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을 수 없게 됐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힘을 내야 하는 상황. 과연 니콜은 '니콜공사'의 마지막을 창단 첫 우승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요?


아, 문정원(23)은 이날 2세트에서 서브 득점 2개를 연달아 성공하면서 24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 기록을 이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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