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번에도 또 풀 세트 접전이었습니다. 결국 웃은 건 GS칼텍스. '단기 속성 과외'를 받고 온 에커맨(23·미국·사진)이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GS칼텍스는 1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4~2015 NH농협 V리그 방문 경기에서 현대건설에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3-2(28-30, 19-25, 25-22, 25-19, 15-9)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두 팀은 올 시즌 1~4 라운드 경기를 모두 5세트까지 치르고 말았습니다.


교체 선수로 GS칼텍스에 합류한 에커맨은 지난 두 경기에서 각각 18점, 19점을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팀도 두 경기 모두 패했습니다. GS칼텍스로서 다행스러운 건 6일 기업은행과 맞붙은 뒤 8일 동안 경기가 없었다는 점.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이 기간 에커맨 집중 조련에 나섰습니다.


이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에커맨이 한국 배구에 눈뜰 수 있게 훈련했다. 밀어쳐서 터치아웃을 시키는 걸 집중적으로 연마했다"면서 "미국과 한국은 배구 스타일이 다르다. 미국이 높이와 공격의 배구라면 한국은 수비의 배구다. 한국에서는 때렸는데 포인트가 안 나니 에커맨도 당황했을 것이다. 심적인 부담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에커맨은 이날 41점을 올리며 42점을 올린 현대건설 폴리(25·아제르바이잔) 못 잖은 공격력을 선보였습니다. 폴리는 자타공인 올 시즌 여자부 최고 외국인 선수죠. 에커맨은 특히 5세트 때 마지막 4점 중 3점을 책임지며 '에이스' 노릇도 해냈습니다. 에커맨은 "미국 대학 리그에서는 블로커가 대부분 장신이라 상대에 관계없이 스파이크를 하는데 한국은 블로커들 키가 작은 대신 수비가 좋아 최대한 타점을 높게 잡고 세게 때리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커맨이 터지자 이소영(21·14점)과 한송이(31·12점)도 살아났습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에커맨의 기량 향상이 눈에 보였다. 매 순간 지시에 따라 응용도 잘하더라"면서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해주니까 팀 분위기도 살아났다"고 기뻐했습니다.



플레이 스타일만 변한 게 아닙니다. 에커맨은 이날 등번호도 2번에서 4번으로 바꿔달고 나왔습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2011~2012 시즌 외국인 선수였던 페리(27·미국)가 생각 나 등번호를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등번호 2번을 달았던 페리는 12경기에서 평균 18.3점만을 기록한 채 서둘러 짐을 쌌습니다.


에커맨이 살아나면서 한국배구연맹(KOVO)도 한시름 놓지 않았을까요? 지난번에 쓴 것처럼 다음 시즌부터는 여자부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소속 대학 졸업자 중 프로 경력 3년 이하인 선수만 외국인 선수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이 경기 전까지는 'NCAA 최고 선수도 이 정도라면 팬들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였을 텐데 이날로서 그런 걱정이 사라진 셈입니다. 물론 몰방(沒放) 배구에 대한 우려는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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