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말 리모델링 공사를 99% 진행했다는 수원구장을 찾았을 때 "여전히 낡고, 손에 꼽을 만큼 관중이 적었던 그 수원구장이 기자에게는 야구장의 원형(原形)"이라고 썼습니다. '수원구장 죽돌이' 출신으로서 새 구장이 반가우면서도 어딘가 아쉽기도 했던 게 사실. 그런데 kt에서 이 구장을 최첨단 정보기술(IT) 야구장으로 만든다는 건 100% 반갑기만 합니다.
kt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GiGA 비콘(beacon) 서비스 △GiGA 와이파이(WiFi) △근거리무선통신(NFC) 태그 시설 등을 구축하고 위잽(wizzap)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아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를 최첨단 야구장으로 변화시킨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더그아웃과 불펜을 잇는 유선전화도 사라진 메이저리그 구장을 부러워했던 저로서는 아주 반길 만한 변화입니다.
와이파이는 모르는 분이 아니 계실 테고, 10㎝ 안 쪽 거리에서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도 이제 많이들 친숙하실 겁니다. 단 우리말로 '무선 송신소'라는 뜻인 비콘은 여전히 낯선 개념이죠. 비콘은 저전력 블루투스(BLE·Bluetooth Low Energy)를 가지고 30~70m 거리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사진 속에 있는 돌멩이처럼 생긴 녀석이 와이파이로 치면 무선인터넷접속장치(AP) 구실을 합니다. 이 서비스가 제일 뛰어난 건 위치 찾기. 보통 실내, 그러니까 콘트리트 담벼락 안에서는 위성항법장치(GPS)가 위치를 못 찾는 일이 많은데 이 기술을 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을 들고 구장을 찾은 관객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겁니다. 구장 구석 구석 안내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뿐만 아니죠. 구단에서 장내 관중에게 알리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비콘으로 그냥 쏘면 됩니다. 이를 테면 특정 매장 근처를 지나는 관중에게 '여기서 어떤 제품을 싸게 팔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면 되는 겁니다. 모자나 유니폼을 사고 싶은 관중은 그 매장에서 비콘으로 결제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경기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건 기본이겠죠.
그렇다고 비콘이 만능인 건 아닙니다. 사실 아직 제일 중요한 게 안 됩니다. 동영상을 중계할 수 없는 겁니다. 한 비콘 단말기 제조업체 대표는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야 하는 데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면서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당연히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 또 수원구장에만 비콘을 설치하는 건 아닙니다. 통신 라이벌 SK도 당연히 안방 문학구장에 비콘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원래가 IT기업인데다 최근 구장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NC도 빠질 리 없겠죠? (지난 시즌까지) 야구 빼고 못하는 게 없는 한화도 대전구장에 비콘을 설치합니다. (또 다른 '통신 라이벌' LG는 아직 잠실구장을 같이 쓰는 두산과 협의가 덜 끝난 모양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3년 말부터 '비콘 야구장'이 대세가 됐습니다. 지난해 시즌 개막일을 기준으로 전체 30개 구장 가운데 20개 구장에서 애플 '아이비콘'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앳배트(At Bat)라는 전용 앱도 이미 널린 퍼진 상황이니 비콘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를 운영하기가 더 수월할 겁니다. (프로야구에서도 통합 마케팅 이야기는 여러 차례 나왔지만 구단마다 이해 관계가 달라 아직 실현 가능성이 낮은 상황입니다.)
kt에서는 위잽 앱이 비슷한 구실을 할 걸로 보입니다. 이 앱만 있으면 일단 NFC(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은 구형 아이폰은 바코드)를 활용해 손쉽게 입장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kt는 또 관중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바로 먹거리 등을 주문 배달할 수 있는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마련했습니다. 김영수 kt 스포츠 사장은 "위잽 앱에서 실시간 중계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메이저리그급 누적 기록 및 선수 팬 페이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전광판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NFC 기능을 경기장에 들어설 때만 쓰는 건 아닙니다. kt는 관중들에게 판매하는 유니폼에도 NFC 태그를 넣을 계획입니다. 이러면 팬이 스마트폰을 유니폼에 접촉하면 각종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됩니다. kt는 이와 함께 요즘 모기업에서 열심히 광고 중인 '기가 와이파이(GiGA WiFi)' AP도 210곳에 설치해 2만여 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한창 수원구장 죽돌이 노릇을 하던 시절만 해도 직접 볼펜으로 기록지를 쓰는 게 낙이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기자들이 펜으로 기록지를 씁니다만 저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합니다. 이렇게 최첨단 야구장이 들어서는 시대에 누군가 야구 기록 앱도 하나 만들 법한데 이상하게 아직 나오지 않네요. (물론 미국에서는 나왔지만 우리하고 기록 방식이 다릅니다.) 지금껏 열거한 IT 기술을 활용하면 동영상까지 들어간 진짜 멋진 기록지를 만들 수 있을 법도 한데 말입니다.
※kt는 얼마전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팀 이름을 대문자 KT가 아니라 소문자로 써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이에 이 블로그에서도 이제부터 팀 이름을 소문자로 쓸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