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가 결국 칼을 빼들었습니다. GS칼텍스는 2일 "쎄라(29·캐나다)를 대신해 에커맨(23·미국·사진)을 영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에커맨은 2014시즌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서 텍사스대 주공격수로서 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며 "순발력 또한 뛰어나 수비에서도 우수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에커맨은 3일 평택 이충문화체육관을 안방으로 쓰는 마지막 경기에서 인삼공사를 상대로 V리그 데뷔전을 치릅니다.


일단 GS칼텍스에서 밝힌 외국인 선수 교체 이유는 올 시즌 분위기 반전. 6개 팀 중 5위로 처져 있는 지난 시즌 챔피언 GS칼텍스는 "2014~2015 V리그 후반기 상위권 도약을 위해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팀 이선구 감독 역시 "최근 살아나고 있는 팀 내 분위기를 이어가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에커맨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소식을 듣고 어쩐지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GS칼텍스가 지난 시즌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외국인 선수 베띠(28·도미니카공화국·사진)였습니다. 베띠는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3~5차전에서 모두 50점이 넘게 득점했습니다. 


남자부에서 아가메즈(30·콜롬비아)가 V리그에서 뛰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베띠 역시 마찬가지인 선수입니다. 그만큼 레벨이 다른 선수인 겁니다. 현재 터키 리그에서 뛰는 베띠는 대표팀 차출때문에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세트당 득점은 4.68점으로 리그 3위입니다.


그런데 내년 시즌부터 이런 선수는 V리그에서 뛸 수가 없습니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정한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은 28만 달러(약 3억296만 원). 베띠가 이 상한선을 훌쩍 넘는 몸값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남자부 이상으로 외국인 선수 몸값 거품이 심한 게 여자부 상황입니다.


그래서 KOVO는 다음 시즌부터 여자부에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트라이아웃에는 NCAA 소속 대학 졸업자 중 해외 프로 리그에서 3년 이하로 뛴 선수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로 자리매김한 현대건설 폴리(25·아제르바이잔)나 V리그서 세 시즌째 뛰고 있는 도로공사 니콜(29·미국)도 다음 시즌에는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NCAA 최고 선수라 할 수 있는 에커맨이 트라이아웃 이전에 뽑아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섯 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는 에커맨은 대학 4년 동안 두 차례나 전미최우수선수(National Player of the Year)로 뽑히고, 세 차례 미국배구지도자협회(ACVA) '올어메리칸 퍼스트팀'에 뽑힌 최고 수준 유망주입니다. 아직 이 제도 시행 전이지만 GS칼텍스에서 먼저 이 선수를 낙점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오히려 이 부자 팀이 트라이웃제도 시행을 앞두고 성적이 좋지 않은 게 오히려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상황이라고 할까요? 에커맨은 "한국에서 뛰게 돼 매우 흥분된다. 새로운 도전이지만 자신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아직 루머 수준이기는 하지만 A선수가 V리그를 너무 그리워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 선수는 국제배구연맹(FIVB)에서 완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었기 때문에 원한다면 어떤 팀에서든 뛸 수 있습니다. 단 몸값은 10억 원 이상이 될 확률이 높은데 그렇다면 이 돈을 부담할 수 있는 구단은 GS칼텍스 아니면 현대건설뿐입니다. 만약 정말 이 선수가 돌아와 GS칼텍스를 선택한다면 남자부 삼성화재처럼 여자부에도 '왕조'가 탄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 후유증에 가장 시달린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감독이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아 자리를 오래 비운데다, 이 감독과 함께 우승을 이끌었던 차상현 전 수석코치가 경질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로 올 시즌을 맞았습니다. 그 결과가 현재 성적입니다.


5승 10패에 그치고 있는 팀이 승점을 18점이나 따낸 건 나쁘지 않은 성과. 5세트 경기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죠. 15경기 중 9경기가 파이널 세트 경기였으니까요. 그 덕에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능한 3위 도로공사(승점 29점)과 11점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해볼 만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번 영입이 다음 시즌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평택을 떠나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향하는 GS칼텍스가 어떤 식으로 올 시즌을 정리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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