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3년 동안 프로야구 마지막 장면은 늘 똑같았습니다. 삼성이 최종 순위표에서 제일 높은 곳을 확정할 때마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마운드 위에는 오승환(32)이 서 있었죠. 우승을 확정한 선수들이 가장 높은 곳으로 던져 올리는 '헹가래 투수'도 당연히 오승환 차지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오승환은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수호신이 됐습니다. 삼성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누가 헹가래 투수가 될지는 아직 100% 확실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삼성 팬들은 마무리 투수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오승환은 떠났지만 임창용(38)이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시즌을 치르면서 드러난 문제점은 7년 만에 국내 프로야구로 돌아온 임창용이 예전의 그 임창용이 아니었다는 것. 31세이브(2위)를 거두기는 했지만 블론세이브 9개로 이 부문 1위의 불명예를 안았고 평균자책점도 5.84나 됐습니다.
이 탓에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오승환이 없어 삼성이 통합 4연패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삼성이 다른 선수를 마무리 투수로 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 때 유력 후보로 꼽힌 선수가 안지만(31). 안지만은 임창용이 복귀하지 않았다면 올 시즌 마무리 투수를 맡기로 했던 선수입니다.
그래도 류중일 삼성 감독(51)은 여전히 임창용에게 신뢰를 보냅니다. 류 감독은 3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한국시리즈에서도 우리 팀 마무리는 임창용"이라며 "요즘 구위가 정말 좋다"고 말했습니다. 류 감독은 임창용 앞에는 안지만, 그 앞에는 '옆구리 투수' 심창민(21)을 내세워 넥센 타선을 잠재운다는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안지만은 "승환이 형에게는 미안하지만 '오승환 없이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 정규시즌부터 '오승환의 부재가 삼성의 걱정거리'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지만 우승했다. 불펜 투수들 모두 열심히 던졌고 임창용 선배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임창용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단기전에서는 정규시즌과 또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구위도 올라왔을 확률이 높다"면서 "결국 첫 등판이 중요하다. 임창용이 첫 경기서 자기 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삼성이 이번 시리즈에서 오승환을 그리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임창용은 말을 아꼈습니다. 말 대신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