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메이저리그 598경기에 나서 .282/.343/.366, 12홈런, 136타점을 기록한 모건에 대한 평가라면 이 말이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스스로 '토니 플러쉬'라고 부르는 또 다른 자아가 있습니다. 도루에 성공하면 베이스 위에서 손으로 T자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이유죠. 문제는 자기 행동이 구설에 오를 때마다 "그건 내가 아니라 플러쉬가 그런 것"이라고 반응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저지른 기행을 잠깐 볼까요? 모건은 볼티모어하고 맞붙은 2010년 5월 22일(이하 현지 시간) 경기에서 워싱턴 중견수로 출전했습니다. 애덤 존스가 때린 타구를 담장 쪽으로 점프하며 잡으려 했지만 실패. 보통 외야수라면 다음 플레이를 생각했을 테지만 그는 글러브를 내팽개치느라 공을 쫓아가지 않았고 결국 존스는 인사이더파크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그해 8월 26일 안방 경기에서는 세인트루이스 포수 브라이언 앤더슨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앤더슨이 공을 들고 있지 않았던 상태라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홈플레이트를 터치하지 못해 결국 아웃 당하고 말았습니다. 둘 사이에 무슨 악감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프로 선수라면 해서는 안 될 플레이였죠.
그의 포수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달 31일 플로리다 방문 경기 때는 상대 팀 포수 브렛 헤이스에게 달려들어 어깨 부상을 입혔습니다. 역시나 일부러 세게 달려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해도 반박하기 힘든 플레이였습니다.
모건은 이튿날 4회 몸에 공을 맞고 나갔는데요, 경기 후반 공이 등 뒤로 날아오자 분을 삭이지 못하고 그대로 달려들어 벤치 클리어링까지 가는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이때 플로리다 투수는 올해 두산에서 뛰었던 크리스 볼스테드(28)였습니다.)
우리의(?) 토니 플러쉬는 듣보잡(?) 선수들에게만 끼를 부린 게 아닙니다. 이듬해 9월 7일 세인트루이스 방문 경기 때는 삼진을 당한 뒤 상대팀 투수, 1루수와 시비가 붙었습니다. 예상하시는 대로 투수는 크리스 카펜터(39), 1루수는 앨버트 푸홀스(34)였습니다.
이런 선수라면 팬들하고도 마찰을 빚는 게 당연한 일. 그는 관중석으로 공을 집어 던지기도 했고, 관중 탓에 파울볼을 잡지 못했다며 밀치기도 했고, 방문 경기 때 관중에게 빅엿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모범생하고 거리가 멀고 먼 것은 물론, 악동도 보통 악동이 아니었던 겁니다.
일단 긍정적인 한화 팬들은 2013년 일본 프로야구 DeNA에서 뛸 때는 얌전했다(?)는 걸 근거로 한국 무대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아이스하키를 하던 시절 면모를 살펴봐도 '안에서 새는 바가지'로 시작하는 속담을 떠오르게 만드는 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궁금한 건 과연 김성근 감독(72)이 악동 길들이기에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 만약 그가 바른 심성까지 갖출 수 있다면 어깨는 다소 약하지만 발은 빠르니 외야 수비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인성 개조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