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2013~2014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가 모두 끝났습니다. 남자부 경기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에 0-3으로 패하면서 호구고수(狐裘羔袖) 모드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 지난해 꼴찌 인삼공사는 최강팀 기업은행을 3-1로 꺾고 1라운드를 선두로 마감했습니다. 올해 1라운드를 한번 정리해 볼까요?
• 전력평준화 영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5세트 경기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지난해 1라운드 때는 30경기 중 4명(13.3%)가 5세트 경기였지만 올해는 18경기 중 11경기(28.9%)가 최종 세트까지 갔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팀은 한국전력. 6경기 중 4경기(66.7%)가 5세트 경기였습니다.
• 그러나 한국전력 뒷심이 부족한 건 올해도 마찬가지. 21일 대한항공, 24일 우리카드 경기 모두 두 세트를 먼저 딴 뒤 세 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 중 한 경기만 잡았더라도 지난해 거둔 승수(2승)를 뛰어 넘을 수 있었지만 '마의 2승'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 역시나 '특급 루키' 전광인(22)을 받쳐줄 선수가 부족하다는 게 한국전력의 가장 큰 단점. 전광인은 국내 선수 중 득점(135점·전체 5위)과 서브에이스(세트당 0.407개) 1위에 올라 있고, 공격성공률(54.42%)에서도 러시앤캐시 송명근(21·58.90%)에 이어 국내 선수 2위(전체 5위)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습니다.
• 러시앤캐시는 국내 선수들 경험 부족도 문제지지만 외국인 선수 바로티(22·헝가리)가 심각합니다. 바로티가 항목별 선수 순위 10위 안에 든 건 퀵오픈(7위·62.5%)과 후위(10위·32.76%)뿐입니다. 김세진 감독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말을 숨기지 않은 상태고요. 창단 첫 승이 급한 러시앤캐시가 2라운드에서는 어떤 조치를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대한항공은 신영수(31)가 김학민(30)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지만 한선수(28)가 난 자리는 '아직'입니다. 황동일(27)은 성장통이라고 하기엔 아직까지 발전이 너무 더딘 모양새. 공격 욕심이 너무 앞서는 탓인지 경기 중 자기 롤을 놓치는 때가 너무 많아 보입니다. 김종민 감독은 "연습 때는 괜찮은데 실전이 문제"라고 하던데 황동일은 경기대 시절 천재 세터 모드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 여자부에서는 단연 인삼공사가 주인공이죠. 외국인 선수 조이스(29·브라질)와 백목화(24)가 좌우 쌍포를 이루면서 공격이 살아난 데다 주장 임명옥(27·리베로)이 수비 사령관 노릇을 톡톡해 해내면서 2011~2012 시즌 모드를 되찾고 있습니다. 이성희 감독은 "선수들이 지난 한(恨)을 코트에서 쏟아 붓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 반면 GS칼텍스는 역시나 세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나연(21)은 개인 문제로 팀을 떠났고, 이숙자(33)는 부상입니다. 시은미(23)는 경험 부족, 은퇴했다 돌아온 정지윤(33)은 경기 감각이 아직 물음표입니다. 그 덕에 지난 시즌 1라운드는 4위로 마감했습니다.
• 현대건설도 황연주(27)와 바샤(26·터키)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고비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어이 없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죠. 양효진(24)이 '에이스 놀이'를 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상황입니다. 현대건설이 2라운드부터는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 한편 1라운드 최우수 선수로는 남자부 레오(삼성화재), 여자부 조이스가 뽑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