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어제(7일) 열린 NH농협 프로배구 여자부 V리그 화성 경기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방문 팀 현대건설은 1세트를 기업은행에 내준 뒤 2세트를 따내면서 세트스코어 1-1을 만들었습니다. 3세트가 분수령이 된 게 당연한 일. 두 팀은 2점 이상 벌어지지 않으며 엎치락뒤치락 살얼음판 승부를 벌였습니다.

사건은 현대건설이 16-15로 앞선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현대건설 양효진이 서브를 넣었고 기업은행 리베로 남지연이 받은 공을 이효희가 띄웠습니다. 카리나가 이동 시간차 공격을 시도했지만 현대건설 엄혜선의 블로킹. 공은 다시 기업은행 코트 쪽으로 향했습니다. 남지연이 디그를 시도했지만 손에 맞은 공은 코트 바깥쪽으로 멀리 달아난 상황.

여기서 현대건설 선수들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맙니다. 카리나가 공을 살려냈고, 노란이 침착하게 다시 현대건설 코트 안으로 보냅니다. 이 상황을 모르는 현대건설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강강술래' 득점 세리머니를 하다가 허무하게 한 점을 내주고 맙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죠. (움짤 제작: 파울볼 alba님)


이 강강술래로 현대건설이 17-15로 앞설 수 있던 상황이 16-16으로 변했고, 현대건설은 결국 20-25로 3세트를 내주고 맙니다. 4세트도 같은 점수로 끝나면서 현대건설은 1-3으로 패배. 2연패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공식 기록은 어떻게 됐을까요? 정답은 현대건설 김수지의 디그 범실입니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공이 떨어진 위치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선수에게 범실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강강술래 속도가 조금 빠르거나 늦었어도 김수지는 올 시즌 자기 기록에서 범실 하나를 줄일 수 있던 셈입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은 사실 통계적으로는 거짓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현대건설 선수들이 무엇이 그리 급해서 단체로 '장기영 병(病)'에 걸렸던 걸까요?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