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운동을 시키려는 부모들이 가장 고민하는 건 역시 은퇴 후 진로. 우리나라에서는 학생 운동 선수들은 공부를 게을리하는 일이 많아 은퇴 후 자리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유기홍 국회의원(민주당)이 대한체육회에서 '2012년 은퇴선수 생활실태조사' 자료를 받아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 운동 선수 3명 중 1명 이상(35.9%)이 일자리가 없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취업자 중에서도 10명 중 3명 정도(31.2%)만 자기가 운동했던 종목하고 연관이 있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55개 주요 종목 은퇴 선수 3000명을 분석한 이 조사 자료를 보면 무직자 신세가 될 확률이 제일 높은 종목은 테니스(50%)입니다. 은퇴 선수 54명 중 27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태권도도 거의 절반(49.6%)이 일자리가 없었습니다. 이어서 △축구(371명 중 170명) △골프(166명 중 77명) △댄스스포츠(21명 중 11명) 등 3개 종목이 45.8%로 공동 3위였습니다. 사격(45.7%)과 농구(44.8%) 선수 출신도 일자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테니스는 평균 1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골프는 평균 4.7년으로 선수 생활도 가장 짧았습니다. '나중에 잘 안 풀리면 레슨 코치라도 하겠지'하고 골프를 시키는 부모가 적지 않지만 현실은 다른 겁니다. 그 외에 △스쿼시 5.8년 △산악 6.4년 △볼링 7.2년 순으로 선수 활동 기간이 짧았습니다.
그럼 어떤 종목을 시키는 게 나중에 일자리 사정이 나을까요. 탁구는 조사 대상 44명 중 6명(13.6%)만 일자리가 없었고 선수 생활 기간도 평균 11.8년이나 됐습니다. 그밖에 △요트 14.3% △레슬링 17.5% △육상 19.2% 등이 무직자 비율이 낮았습니다. 선수 생명이 가장 긴 종목은 배드민턴으로 평균 14.4년간 선수로 뛴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아이스하키 12.4년 △정구 12.3년 △탁구 11.8년 △요트 11.5년 같은 종목도 선수 생활이 길었습니다.
종목을 통틀어 보면 남성은 평균 8.7년, 여성은 8.3년 선수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녀 선수를 합치면 8.6년이었습니다. 보통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되기 전에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겠죠. 자식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모로서는 운동을 시키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게 현실입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학창시절 운동하고 공부를 함께 하는 방법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전국 대회 우승을 차지한 중학교 야구부도 당장 시련에 시달려야 하는 게 현실. 그래서 더 어릴 때 이렇게 놀면서 운동도 하는 문화가 좀더 널리 퍼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몸을 써야 아이들 머리가 좋아진다는 걸 밝혀낸 지 오래인데도,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운동 시키기가 참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