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서울시에서 '서남권 돔야구장(고척돔·사진)' 관련 보도자료를 보낸 걸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보도자료 제목은 '서남권 돔야구장, 편의시설 확충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자료를 읽으면 읽을수록 프로야구 넥센한테 '제발 여기 들어와 달라'고 매달리는 것처럼 읽히네요. 제가 넥센 팬이기 때문일까요?

사실 넥센은 이미 올 초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구장이다. 프로야구는 불가능하다"며 '고척돔 사용 불가' 방침을 세운 상태입니다. 상습 정체 지역인데다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게다가 선수단 버스마저 들어갈 수 없는 비좁은 주차 공간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관중 수용 규모(2만2258석)도 만족스럽지 못한데다 스카이박스도 없는 곳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당시 넥센 관계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관중석 구조 자체가 팬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야구장 구색만 갖춰 놓았지 프로야구를 유치할 수 있도록 고려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프로야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설을 다 바꾸려면 300억 원은 더 투자해야 된다고 들었다"며 "비 예보가 있을 때 대체 구장 정도로만 써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서울시가 정말 400억 원을 들여 개선 공사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면 서울시는 서남권 돔야구장을 이렇게 개선하겠다고 하는데요.

☐ 서울시는 돔구장으로서 기능과 역할 등을 고려하여 그동안 수차례 전문가 자문 및 숙의 등을 통해 선수와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야구장으로의 기능을 보강하고 문화공연을 위한 시설 보완, 교통 서비스 개선 등 돔구장 시설 개선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 서울시는 돔구장 시설 개선 주요내용을 보면
- 야구장 기능개선 : 안전펜스 보완, 외야불펜설치, 각종 기능실 보강, LED조명 추가, UPS 반영, 외장재 변경, 노출천정 마감 등
- 공연 시설 : 상부리깅 설치, 흡음재 및 롤스크린 설치, 스카이박스
- 관람객 편의시설 : 관람석 의자 폭 확대변경(접이식, 팔걸이, 컵홀더 설치), 흡연실 설치, 매점시설 개선
- 교통개선 대책 : 지하주차장 출구 추가 설치, 안양천변 임시주차장 및 진출입로 개설, 교통안내전광판, 구일역 서측출구개설 보완

○ 이러한 사업계획변경은 향후 시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 돔야구장은 동대문야구장 대체 구장으로 건립되는 시설이므로 야구계와의 협의 등을 통해 아마와 프로간 모두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며, 현재 추진중인 돔구장 부지 인접한 구일역 서측 출입구가 개설되면 약 4분내로 돔구장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떠세요? 넥센이 문제 삼았던 걸 바로잡으려 나름 애쓰는 걸로 보이지 않나요? 서울시 관계자 역시 "서울 연고 3개 (프로야구) 구단과 협의중"이라며 "다음달 안에 고척돔에 들어올 프로 구단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대형 공연을 유치하면 구단 운영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문제는 있습니다. 접근성이 얼마나 좋아질지 미지수인데다 아무리 구장 사용료를 깎아준다고 해도 다른 구장보다는 비쌀 게 분명하니까요. 더군다나 이 구장을 사용하려는 구단이 넥센이라면 더더욱. 또 관람석 숫자가 2만 석으로 주는 것도 넥센에서 만족해 할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고척돔은 529억 원 정도면 모두 지을 걸로 예상했습니다. 실제로는 현재까지 2423억 원이 들었습니다. 완공 시기도 내년 9월에서 이듬해 2월로 늦춰졌습니다. 그런데도 국내 최초 돔구장이라는 타이틀에도 사용할 사람이 없어 난리입니다.

굳이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님 말씀을 따지 않아도 야구 인프라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활절 때문에 교회를 지을 필요는 처음부터 없던 거였습니다. 돔 구장이 야구 인프라 꼭짓점에 자리잡고 있다는 건 가장 후순위로 밀려도 된다는 뜻이니까요. 당장 KT가 내년 2군 구장을 못 구해 난리인데 돔구장은 너무 사치였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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