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미 프로야구(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경기에서 재미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인필드 플라이가 얼마나 까다로운 규칙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 겁니다.
홈팀 애틀랜타가 3-6으로 뒤지던 8회말 공격. 1사 주자 1, 2루에서 앤드렐튼 시몬스가 친 타구가 높이 떴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유격수 피트 코즈마가 공을 따라갔죠. 코즈마는 오른팔을 휘둘러 자기가 잡겠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런데 갑자기 좌익수더러 공을 잡으라는 듯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공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떨어졌습니다. 아래 동영상처럼 말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 상식에 따르면 이 상황은 시몬스가 '바가지 안타'를 때린 걸로 결론이 나야 맞습니다. 그런데 좌선심 샘 홀브룩 씨는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고 시몬스는 자동으로 아웃 처리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예전에 인필드 플라이 관련 글을 쓰면서 이렇게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 인필드플라이(Infield Fly)라고 해서 반드시 내야에서 처리하거나 내야수가 공을 잡아야 하는 건 아니다. 2익수 고영민이 정상적인 포구가 가능하다면 타구가 외야에서 잡히더라도 인필드 플라이는 유효하다. 유승안 쉬프트로 좌익수가 내야에서 수비를 펼쳤을 때도 마찬가지다.아직도 잘 이해가 안 가신다고요? 그럼 인필드 플라이를 규정하고 있는 야구 규칙 2.40의 '원주'를 한번 천천히 보시죠.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한 공을 뒤에서 기다리던 외야수가 뛰어 와 잡으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포구할 수 있다면 한번 선언한 인필드 플라이를 번복할 수는 없다.
[원주] 심판원은 인필드 플라이 규칙을 적용할 때 내야수가 보통의 수비로 처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하며, 잔디선이나 베이스 라인 따위를 임의로 경계선으로 설정하여서는 안 된다. 또 플라이볼을 외야수가 처리하더라도 내야수가 그것을 쉽게 포구할 수 있다고 심판원이 판단한다면 심판원은 인필드 플라이를 선고하여야 한다. 인필드 플라이는 결코 어필 플레이가 아니다. 심판원의 판단은 절대적이며 그 결정은 즉각 내려져야한다.동영상에서 1분 25초경을 보시면 코즈마가 뒤로 계속 물러날 때까지도 심판 홀브룩 씨는 아무 제스처도 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코즈마가 팔을 휘두를 때 자기도 팔을 들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합니다. 정상적인 수비로 공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뒤에 인필드 플라이 선언을 한 거죠.
인필드 플라이가 선고되면 주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진루할 수 있다. 인필드 플라이 룰이 적용된 상황에서는 내야수가 페어 볼을 고의낙구하더라도 6.05(l)의 규정에 관계없이 볼 인플레이이며, 인필드 플라이 규칙이 우선한다.
[주] 인필드 플라이는 심판원이 선고하여야 효력이 발생한다.
그런데 갑자기 코즈마가 포구 위치에서 물러섭니다. 이는 외야수들이 '내가 잡을게'하고 말하면 내야수는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불문율에 따른 것일 터. 만약 이 공을 좌익수 매트 홀리데이가 잡았대도 인필드 플라이가 맞습니다.
또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미 심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한 다음이라 공이 떨어진 것도 문제될 게 없습니다. 대신 야수가 공을 떨어뜨린 때에는 태그 업 플레이를 하지 않고도 다음 베이스로 진루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경기에서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인필드 플라이 규칙은 주자를 보호하려고 있는 규칙입니다. 야수들이 일부러 공을 떨어뜨려 병살 또는 삼중살을 하는 걸 막으려는 안전 장치죠. 물론 이 경기에서는 공이 너무 멀리 오래 날아갔습니다. 주자들은 베이스에 붙어 있기보다 중간까지 나가서 다음 루로 뛸지 돌아갈지를 결정했죠. 그래서 주자 보호라는 규칙 존재 이유에 따르면 인필드 플라이를 부르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다만 규칙 문구 한 자, 한자에 충실하자면 이는 인필드 플라이가 맞습니다.
물론 이 한 판 대결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올 시즌은 물론 '대장' 치퍼 존스의 커리어가 걸린 게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인필드 플라이 규칙을 이번에만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인 겁니다. 오히려 판정이 규칙 문구에 너무 충실한 게 문제라면 문제였습니다.
※참고: 야구 규칙 2.40
2.40 INFIELD FLY (인필드 플라이) - 무사 또는 1사에 주자 1, 2루 또는 만루일 때 타자가 친 것이 플라이 볼(직선타구 또는 번트한 것이 떠올라 플라이 볼이 된 것은 제외)이 되어 내야수가 평범한 수비로 포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수, 포수는 물론 내야에 자리잡은 외야수는 이 규칙의 취지에 따라 모두 내야수로 간주한다.
심판원은 타구가 명백히 인필드 플라이라고 판단했을 경우는 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곧바로 “인필드 플라이”를 선고하여야 한다. 그리고 타구가 베이스 라인 부근으로 떠올랐을 때는 “인필드 플라이이프 페어(Infield Fly if Fair)”를 선고하여야 한다.
인필드 플라이가 선고되더라도 볼 인 플레이이다. 따라서 주자는 플라이볼이 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진루할 수 있고, 보통의 플라이볼과 마찬가지로 리터치한 후 다음 베이스를 향해 뛸 수도 있다.
그리고 타구가 파울 볼이 되면 다른 파울 볼과 같이 취급된다.
심판원은 타구가 명백히 인필드 플라이라고 판단했을 경우는 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곧바로 “인필드 플라이”를 선고하여야 한다. 그리고 타구가 베이스 라인 부근으로 떠올랐을 때는 “인필드 플라이이프 페어(Infield Fly if Fair)”를 선고하여야 한다.
인필드 플라이가 선고되더라도 볼 인 플레이이다. 따라서 주자는 플라이볼이 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진루할 수 있고, 보통의 플라이볼과 마찬가지로 리터치한 후 다음 베이스를 향해 뛸 수도 있다.
그리고 타구가 파울 볼이 되면 다른 파울 볼과 같이 취급된다.
필드플라이로 선고된 타구가 내야에 떨어진 후 아무에게도 닿지 않은 채 바운드를 일으켜 파울 볼이 됐다면 인필드 플라이가 성립되지 않는다. 반면 최초에 베이스 라인 밖에 떨어진 타구가 아무에게도 닿지 않은 채 바운드를 일으켜 페어지역으로 들어와 페어 볼이 되면 인필드 플라이가 성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