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어제 지인한테서 '허구연이 알려주는 여성을 위한 친절한 야구 교과서'라는 책을 강탈했습니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프로야구를 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야구 입문서입니다. (제 지인은 야구를 전혀 모르는 분인데 이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이 책 네 번째 장은 '남자 친구도 모를 야구 이야기'라는 제목입니다. 그 중 148페이지에 허구연 해설위원(혹은 대필자)은 "최고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라도 412타석에서 1타석이라도 모자라면 타격 부문에서 타이틀 홀더가 될 수 없다"고 썼습니다. 이 부분은 남자 친구가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죠. 사실하고 다르니까요.


'개인상 결정의 최소기준'을 다루고 있는 야구규칙 10.23을 보면

10.23 프로야구의 타격, 피칭, 수비의 개인 타이틀을 획득하려면 균일성(uniformity)을 확립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최소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a) 타격상, 장타율상 및 출루율상은 메이저리그의 경우 총경기수의 3.1배 이상, 마이너리그는 총경기수의 2.7배 이상의 타석에서 가장 높은 타율 및 장타율,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에게 준다.

[예외] 필요타석수(plate appearance)에 미달한 타자가 그 부족분을 타수로 가산하고도 최고의 타율, 장타율 및 출루율을 나타냈을 경우에는 그 타자에게 타격상, 장타율상 및 출루율상을 준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411타석 350타수 130안타(타율 .371)를 때린 타자가 있다고 치죠. 이 타자는 규정 타석에 1타석이 모자랍니다. 그럼 이 1타석을 범타로 처리하는 겁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이 선수의 가상 기록은 412타석 351타수 130안타(.370)가 됩니다. 이때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에서 타율 .370을 넘는 타자가 없다면 이 선수가 타격왕입니다.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에서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1996년 토니 그윈은 리그에서 가장 높은 타율 .353으로 시즌을 마쳤지만 규정 타석에서 5타석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5타석을 범타로 처리했더니 타율 .349가 됐습니다. 이 때 타격 1위 엘리스 벅스 기록은 .344였습니다. 그래서 1996 시즌 내셔널리그 타격왕은 벅스가 아닌 그윈입니다.

2006, 2007년 배리 본즈, 2011년 조이 보토 역시 이 규정 덕분에 규정 타석 미달에도 출루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2007 라이언 브론, 2011년 마이크 스탠튼은 이 규정 덕에 장타율 1위를 차지했고요.

참고로 애덤 던은 타율 .159(496타석 415타수 66안타)로 2011시즌을 마쳤습니다. 496타석은 메이저리그 규정 타석(503타석)에서 7타석이 모자란 기록. 만약 이 7타석에서 전부 안타를 때렸다면 하면 애덤 던의 지난 시즌 타율은 .173이 됩니다. 역대 단일 시즌 최저 타율은 랍 디어가 1991년 기록한 .179. 만약 이 규정을 역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 애덤 던은 공갈포 전설에 또 한 줄을 추가했을 텐데 아쉽습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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