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필라델피아를 떠나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에 합류하게 된 제임스 하든

미국프로농구(NBA)를 뜨겁게 달궜던 제임스 하든(34) 이적 사가(saga)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하든이 필라델피아를 떠나 기어이 '홈 타운'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합니다.

 

ESPN 등 미국 언론은 필라델피아와 LA 클리퍼스가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3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하든은 팀에 처음 트레이드를 요청했을 때부터 '클리퍼스로 보내달라'고 주장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하든과 함께 P J 터커(38), 필리프 페트루쉐브(23)도 클리퍼스로 건너갑니다.

 

클리퍼스는 대신 니콜라 바툼(35), 로버트 코빙턴(33), 마커스 모리스(34), KJ 마틴(22) 그리고 지명권 총 4장을 필라델피아로 보냅니다.

 

대럴 모리 필라델피아 사장과 제임스 하든. ESPN 홈페이지

하든이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했던 건 대럴 모리(51) 사장과 갈등을 빚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든은 8월 14일 중국 투어 중 "모리 사장은 거짓말쟁이다. 모리 사장이 속한 곳에서 내가 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모리 사장을 '디스'하기도 했습니다.

 

모리 사장은 휴스턴 단장으로 하든을 오클라호마시티(OKC)에서 영입했고 필라델피아 사장으로 다시 하든을 데려온 인물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게 된 건 결국 '돈' 때문입니다.

 

하든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471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던 선수 옵션을 행사하는 대신 2년 총액 686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맺었습니다.

 

팀이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든이 몸값을 줄인 겁니다.

 

1.5시즌 만에 필라델피아를 떠나게 된 제임스 하든. 뉴욕=로이터 뉴스1

물론 이렇게 '페이컷 계약'을 맺을 때는 '다음 시즌에는 연봉을 다시 올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이 계약에도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계약 조건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선수 옵션이 들어 있었습니다.

 

선수가 이 옵션을 쓰지 않으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상태에서 조건을 다시 조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NBA처럼 '소프트 샐러리캡'을 적용하는 리그에서는 원래 뛰던 팀과 재계약하려고 FA를 선언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하든은 6월 20일에 이 옵션을 사용하기로(옵트 인) 결정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나를 클리퍼스로 트레이드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휴스턴 시절 제임스 하든과 러셀 웨스트브룩. 미국프로농구(NBA) 홈페이지

클리퍼스는 하든과 '절친'인 러셀 웨스트브룩(35)이 뛰고 있는 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은 OKC(2009~2012)와 휴스턴(2019~2020)에서도 이미 한솥밥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트레이드라는 게 선수와 팀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실행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필라델피아는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팀 내에서 '하든을 묶어둘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러자 하든이 사장을 디스하면서 '제발 나를 놓아달라'고 밝힌 겁니다.

 

하든은 오프시즌 기간 팀에 전혀 합류하지 않았으며 시즌 개막전에도 '사복 차림'으로 벤치에 앉았습니다.

 

올 시즌 안방 개막전 때 사복 차림으로 앉아 있는 제임스 하든. 필라델피아=AP 뉴시스

하든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20.1점)은 2011~2012 시즌(16.8점) 이후 가장 낮았지만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리그 전체 1위(10.7개)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하든은 나중에 결국 시즌 최우수선수(MVP)가 되는 조엘 엠비드(29)에게 어시스트 224개를 '배달'했습니다.

 

최근 6 시즌 동안 '하든 → 엠비드'보다 어시스트가 많았던 콤비는 없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보스턴에 3승 4패로 무릎을 꿇으면서 하든은 우승 반지 없이 또 한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반지를 찾아 북미 대륙을 가로질러 떠납니다.

 

이번에는 과연 이 '최우수선수(MVP) 콤비'가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역시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인연으로 끝이 날까요?

 

브루클린 시절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 안방에서 인터뷰 중인 제임스 하든. LA=로이터 뉴스1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MVP 하든에게는 이번이 개인 네 번째 트레이드(OKC → 휴스턴 → 브루클린필라델피아 → LA 클리퍼스)입니다.

 

NBA 정규리그 MVP를 받은 트레이드를 네 번 경험한 건 하든이 네 번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2016~2017 시즌 MVP 웨스트브룩(OKC → 휴스턴 → 워싱턴 → LA 레이커스 → 유타)이었습니다.

 

1호 기록을 남긴 건 모제스 말론(1955~2015)으로 트레이드를 통해 포틀랜드 → 버펄로(현 LA 클리퍼스) → 휴스턴 → 필라델피아 → 워싱턴으로 옮겼습니다.

 

밥 맥아두(72)도 버펄로 → 뉴욕 → 보스턴 → 디트로이트 → ... → 뉴저지 →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를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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