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프로야구 넥센이 잘 나갈 때만 쓰는 히어로즈 노우트입니다. 지금 찾아 보니 2016년 4월 11일에 올린 게 마지막이니까 진짜 오래 안 쓰기는 안 썼네요. 올해는 몇 번 쓰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어른들 사정으로 안/못 썼습니다. (이렇게 노우트를 시작한 게 벌써 몇 번째인가 ㅡ.,ㅡ)



• 그래도 오늘은 써야죠. 넥센은 오늘(12일) 안방 경기에서 LG에 11-3으로 재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넥센은 이달 2일 문학 SK전부터 9경기에서 내리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이후 그러니까 이 팀이 우리 - 히어로즈 - 넥센으로 불린 뒤로 9연승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전에는 8연승만 세 차례(2012년 5월 15~23일, 2014년 4월 9~22일, 2015년 8월 28일~9월 5일) 있었습니다.


비공식적(이라고 쓰고 이 블로그에서는 100% 오피셜로 취급하는) 전신 삼미 - 청보 - 태평양 - 현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현대 시절 11연승을 두 차례(1998년 8월 28일~9월 7일, 2003년 4월 17일~30일) 기록한 게 최다 연승 기록입니다.


만약 넥센이 삼성(14, 15일 대구)과 두산(16일 잠실)을 연달아 꺾는다면 삼청현태 시절을 포함해 팀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쓰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휴식기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 '바람의 손자' 이정후(20·사진)에게도 이날은 기쁜 날입니다. 전날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5안타 경기를 펼친 이정후는 이날도 5타수 3안타를 기록하면서 타율을 .366에서 .369로 끌어올렸습니다. 전날까지 타율 1위였던 양의지는 이날 6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368을 유지. 이로써 이정후는 1리 차이로 (적어도 이틀 동안) 타격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전반기를 .332/.401/.451로 마친 이정후는 후반기 들어 .467/.475/.630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타율과 출루율이 8리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 건 후반기에 볼넷(5개)과는 담을 쌓고 있다는 것. 대신 '안타 성애자'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후반기 21경기에서 이정후가 때린 안타는 43개(경기당 평균 2.1개)입니다.


만약 이정후가 시즌 끝까지 타율 1위를 유지한다면 아버지 이종범 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8)에 이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부자 타격왕 타이틀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도 나오지 않은 기록입니다. 이 위원 역시 데뷔 2년 차였던 1994년 타율 .393로 타격왕을 차지했었습니다.



• 9연승 기간만 놓고 볼 때도 이정후가 타율 .522(46타수 24안타)로 1위입니다. 이어서 송성문(22·사진)이 .469(32타수 15안타)로 뒤를 쫓았습니다. 송성문은 이 기간 홈런 3개를 포함해 16타점을 기록하면서 4번 타자 박병호(32)와 함께 팀 내에서 제일 많은 타점을 올렸습니다. 연승 기간 OPS(출루율+장타력)는 1.394.


특히 최근 세 경기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송성문은 10일 경기에서는 5타점을 올린 데 이어 이튿날에는 6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이 LG전 8연패에서 탈출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12일에도 4회말 역전 2점 홈런(시즌 7호)를 때려내면서 9연승 도장을 찍었습니다.


송성문은 "지난 시즌 많이 배웠던 경험이 올해 경기를 치르면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난해 경기를 치르면서 후회했던 부분을 올해 반복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플레이하고 하고 있다"면서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내 스윙을 하려고 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요즘 결과까지 좋으니 자신감이 많이 붙는다"고 말했습니다.




• 그래도 OPS 기준으로 연승 기간 제일 잘 친 건 역시 박병호입니다. 박병호는 8월 2일 이후 9경기에서 홈런 6개를 때려내면서 .452/.571/1.032를 기록했습니다. OPS로 환산하면 1.603입니다. 전·후반기로 나눴을 때도 박병호는 전반기에도 1.095였던 OPS를 후반기에는 1.335까지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박병호는 "개인 기록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다. 내 홈런에 대해 기사가 많이 나오지만 홈런을 의식하기보다 팀이 많이 이겨야 한다고 심리 조절을 하는 중"이라면서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어리지만 활약이 기특하다. 선수들이 고맙고 지금 분위기가 팀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유일하게 옥에 티가 있다면 득점권 성적. 박병호는 9연승 기간 중 주자가 2루 베이스 이상 나가 있을 때 .455/.632/.455에 그쳤습니다. 타율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장타가 하나도 없던 겁니다. 그러니까 박병호라서 옥에 티가 되는 케이스.



• 9연승 기간 경기당 평균 10.2점을 뽑은 타선에 가려져 있지만 이 기간 넥센 투수진 평균자책점(2.96) 역시 1위입니다. 이 부문 2위 롯데가 5.20이니까 압도적인 마운드 높이를 선보였다고 해도 허튼소리가 아닐 겁니다.


선발 투수 가운데서는 한현희(25)가 평균자책점 1.86으로 연승 기간 팀 내 1위 기록 보유자이지만 운이 아주 좋았을 뿐 인상적인 구위는 아니었습니다. 브리검(30) 역시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5.65까지 올라온 상황. 해커(35)가 2.08로 버텨주고 있는 건 고무적인 상황입니다.


불펜에서는 마무리 김상수(30)가 빠진 자리를 일단 오주원(33·사진)이 잘 막아줬습니다. 오주원은 김상수를 대신해 마지막 투수로 나선 2경기를 포함해 연승 기간 4경기에서 자책점을 한 점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신인 투수 이승호(19) 역시 이 기간 4와 3분의 1이닝 무실점입니다.




• 넥센은 올 시즌 참 말 많고 탈 많은 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구단 사정은 뒤로하고 선수단 이야기만 해보면 주전 2루수는 3월 31일 이후 133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주전 포수와 마무리 투수는… 그런데도 59승 56패(승률 .513)으로 4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우여곡절이 없었다면 올해 넥센은 어디 자리 잡고 있었을까요? 아니, 이렇게 후회를 하는 것보다 위기 덕에 오히려 더 단단한 팀이 되었다고 위로하는 게 맞는 걸까요? 왜 우리는 그냥 야구를 편하게 볼 수 없는 걸까요?


정말 많은 이들이 수없이 물었지만 여전히 해답 없는 물음과 무관하게 아직 올해 29경기가 남았습니다. 이 29경기가 끝났을 때 올해 넥센은 그리고 넥센 팬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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