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 글은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올라온 'Productive whiffs can aid hitters in right situations'를 (요약·발췌) 번역한 겁니다. 요즘 미국 야구 글을 번역하시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셔서 언제 올라올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에 띄지 않아 직접 해봤습니다.


헛스윙이 타자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을까. 야구 팬이나 지도자를 막론하고 '그럴 때는 절대로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괜히 엄한 땅볼을 때려 죽는 것보다 헛스윙으로 스트라이크 하나 더 먹고 마는 게 도움이 될 때가 분명 있다. 게다가 타자는 헛스윙을 하고 나면 그 타석에서 좀더 영리하게 대처하게 된다. 


토론토에서 뛰는 베테랑 타자 크리스 코글런(32)은 시카고 컵스메 몸담고 있던 2016년 1월 스탯캐스트 팟캐스트에 출연해 "헛스윙을 하고 싶어지는 공이 분명히 있다. 상대 투수에게 속아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겼을 때가 특히 그렇다. '어쨌거나 공을 때렸다고. 삼진을 먹지는 않았어'라고 자위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완전히 맞는 말이다. 현대 야구에서 삼진은 피할 수 없는 존재다. 15일(이하 현지시간) 현재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타석 중 21.5%가 삼진으로 끝났다. 삼진 비율은 최근 12년 연속 오름세다. 많은 이들에게는 삼진이 늘어나는 게 중대한 문제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요즘 타자들이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증거일 뿐이다.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잡아 아무 공에나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쳐보자. 그러면 결과는 대개 성공을 기대하기 힘든 약한 타구다. 후안 피에르(40) 같은 '쌕쌕이'가 어떤 공이든 일단 페어지역에 떨어뜨린 다음 살아나가 성공사례를 쓰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그래도 진루타(productive out)는 때릴 수 있지 않냐고? 냉정하게 말해 진루타도 그냥 아웃일 뿐이다.



일단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을 때리느냐 아니냐는 극명한 차이를 만든다. (여기서 스트라이크존은 플레이트 모서리 폭을 넓힌 '정밀 스탯캐스트존·the new detailed Statcast™ zones' 기준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타자가 이 기준으로 볼을 때린 건 2만3000번이 넘는다.)


▌2016~2017 스트라이크 안팎 타격 결과

 구분  스트라이크존 안  바깥
 타율   .275  .116
 장타력  .458  .149
 타구속도  시속 88.3마일(약 142.1㎞)  시속 77.3마일(약 124.4㎞)
 홈런 비율  98.3%  1.7%


물론 이런 기록이 모든 타자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그 옛날 블라디미르 게레로(42)코리 디커슨(28·탬파베이) 같은 '배드 볼 히터'도 물론 잘 나갈 수 있다. 그래도 차이는 아주 크다. 이 기록을 염두에 두면 최근 몇 해 동안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갈수록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볼을 방망이를 내지 않는다 않는다. 올해는 2013년 이후 타자들이 제일 볼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 시즌이다. 볼에 방망이가 나가는 비율(Outside-Zone Swing %·파란색)은 2015년 정점을 찍었다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5년은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홈런이 늘어나기 시작한 때다. 홈런이 늘어난 이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참이지만 볼에 방망이를 적게 내면서 홈런이 늘어난 건 일단 사실처럼 보인다.


 


볼에 방망이가 나간 비율을 스트라이크가 들어 왔을 때 방방이를 휘두른 비율(In-Zone Swing %·빨간색)하고 비교해도 재미있다. 원래는 한 쪽이 줄면 한 쪽도 줄고 늘어나면 늘어나는 경향이었지만 올해는 반대다. 타자들이 볼에는 방망이를 내지 않고 있지만 스크라이크가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른다. 갈수록 치기 좋은 공만 골라 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최근 2년 동안 전체 홈런 중에서 볼을 때려 담장을 넘긴 건 2%가 되지 않는다. 또 해가 갈수록 타자들은 볼을 때릴 생각을 잘 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볼을 실제로 때린 비율(Outside-Zone Contact %·녹색)도 줄어들고 있다. 1% 차이가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들은 33만4000번이 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1%도 3000번이 넘는다.


나쁜 공을 치지 않는 게 왜 중요한지는 올해 5월 2일 조이 갈로(24·텍사스)가 홈런을 치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갈로는 이날 휴스턴 방문 경기에서 마이크 파이어스(32)를 상대로 볼카운트 1-1(1볼 1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원바운드 커브볼을 헛쳤다. 갈로는 볼을 때렸을 때 통산 성적이 타율 .094, 장타력 0.094밖에 되지 않는 타자다. 스크라이크를 때리면 타율 .246, 장타력 .612로 올라간다. 만약 그가 저 커브볼을 때렸다면 아웃 당했을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갈로는 헛스윙을 했기 때문에 볼카운트 1-2에서 계속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파이어스가 던진 다음 공은 존 한복판에 들어오는 밋밋한 변화구였고, 갈로는 이 공을 받아쳐 좌익수 뒤쪽 관중석에 꽂았다. 



갈로만 그런 게 아니다. 2008년부터 볼카운트별로 볼에 헛스윙하고 말았을 때와 실제로 때렸을 때 타석이 어떤 결과로 끝났는지 wOBA를 가지고 알아보자. (헛스윙=삼진인 2스트라이크 이후는 물론 제외다.) 볼카운트 0-1나 1-1일 때는 어떻게든 공을 때리는 게 타자에게 유리하다. 헛스윙을 해서 0-2 또는 1-2가 되면 타자가 코너에 몰리기 때문이다. 초구나 2-1일 때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1-0, 2-0, 3-0, 3-1로 타자가 볼카운트에서 앞서 있을 때는 상황이 역전된다. 예를 들어 3-1에서 헛스윙 하는 건 '쌕쌕이' 디 고든(29·마이애미·wOBA .299)을 지난해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크리스 브라이언트(25·시카고 컵스·.394)로 만든다. 나쁜 공에 헛스윙하는 건 아주 중요한 선택이다.


▌2008~2017 볼카운트별 볼(Outside-Zone) 타격 결과(wOBA)

스트라이크 쳤을 때 헛스윙 때 차이
0 1 .256 .197 -.059
1 1 .272 .221  -.051
0 0 .265 .262  -.004
2 1 .270 .271  .001
1 0 .263 .308 .046
2 0 .310 .367 .057
3 0 .327 .409 .082
3 1 .285 .381 .096


kini註: 우리말로 '가중출루율'이라고 변역할 수 있는 wOBA(weighted On Base Average)는 2006년 '더북(The book)'을 펴내면서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톰 탱고가 고안한 공격 지표입니다. 이름 그대로 출루율 범위로 타자 공격력을 평가합니다. 계산은 '(0.72×볼넷 + 0.75×몸에 맞는 공 + 0.90×단타 + 0.92×실책으로 인한 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4구)'.


이제 확실히 타자들이 똑똑해졌다. 타자들은 갈수록 스크라이크에 방망이를 더 자주 내는 대신 볼은 치지 않는다. 그래서 투수가 잘 던진 공도 힘차게 받아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애런 저지(25·뉴욕 양키스)는 볼에 방망이가 나가는 비율이 절반으로 줄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저지가 됐다. 


다시 말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타격이라는 데 딱 하나밖에 없는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가 말이다. 그래도 그저 삼진을 피하겠다고 2루수 앞 땅볼을 친 타자에게 '아차상'을 주는 일 같은 건 없다. 존 바깥으로 들어오는 공은 그냥 지켜보라. 못 참고 헛스윙을 했다고 걱정하지 말아라. 그리고 스트라이크를 때려부숴라. 때려부실 듯 때린 타구만 담장을 넘어간다. 인정하자. 빗맛은 타구가 담장을 넘는 건 만화에나 나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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