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뷰티' 마리야 샤라포바(29·세계랭킹 95위·사진)가 국제테니스연맹(ITF)과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자신을 본보기로 삼아 혹독한 징계를 내리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샤라포바는 6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출연해 "ITF는 처음에 내게 4년 자격 정지를 내릴 계획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6월 ITF에서 샤라포바에게 내린 징계 기간은 2년이었습니다. 그러다 4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징계 기간을 15개월로 줄이라"고 판결해 샤라포바는 내년 4월 26일에 코트로 돌아올 수 있게 됐습니다. 원래는 2017년 1월 25일부터 복귀가 가능했습니다. CAS는 "샤라포바가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규정을 어긴 건 맞지만 심각한 과실(significant fault)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감경 사유를 밝혔습니다.


샤라포바는 올 1월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때 실시한 도핑 검사 결과 멜도니움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샤라포바는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면서 "치료 목적으로 멜도니움을 복용한 10년간 이 물질은 금지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올해 1월 1일부터 WADA 기준이 바뀐 걸 미처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CAS 중재에 따라 샤라포바는 메이저 대회 기준으로 내년 프랑스 오픈 때부터 출전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샤라포바는 최근 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3월 기자회견 당시 9위였던 세계랭킹이 95위까지 떨어졌고, 그나마 내년 4월이 되면 랭킹 포인트가 모두 사라져 아예 랭킹 리스트에서 이름이 빠지게 됩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샤라포바에게 와일드카드를 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샤라포바는 CAS 중재 결과가 나온 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랑하는 걸 잃었다가 되찾은 기분이다. 코트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히는 한편 "ITF가 다른 스포츠 단체 만큼 도핑 규정이 바뀌 걸 자세히 알려줬다면 힘든 시기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이번 ESPN 인터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겁니다. 샤라포바는 "지난해 도핑 테스트 때 내 몸에서 멜도니움이 다섯 차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누구도 올해부터는 그걸 먹으면 안 된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도핑 결과가 기밀(confidential)이라고만 했다"면서 "그래서 호주 오픈 때 멜도니움 때문에 양성 반응이 나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ITF는 "우리가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려 했다고 샤라포바가 주장한 건 사실과 다르다"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자격 정지 기간을 결정하는 건 개별 징계위원회 의견일 뿐이며 그는 WADA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샤라포바를 대변하고 있는 존 해거티 변호사는 ITF에 공개 서한(아래 사진)을 보내 "4년 자격 정지 계획이 없었다는 건 틀림없는 거짓(patently false)"이라며 "징계위원회에서 2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려고 했을 때 오히려 ITF에서 4년을 고집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른 도핑 형태도 마찬가지지만 멜도니움을 둘러 싼 논란은 좀 복잡합니다.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물질이라고 무조건 WADA 금지목록 국제표준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WADA는 △경기력을 향상시키거나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 △선수의 건강에 실제적 또는 잠재작 위험이 되는 경우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경우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물질을 금지목록에 올리고 있습니다.


멜도니움은 정말 건강에 위험이 되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약을 처음 만든 이바르스 칼빈시 박사(69·라트비아)는 "멜도니움은 건강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멜도니움을 금지한 건 '운동선수들은 건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반인륜적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샤라포바는 심지어 이번 ESPN 인터뷰 때 "멜도니움이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증거는 제로(0)"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WADA는 멜도니움을 내년 금지목록 국제표준에도 포함시켰습니다. 


논란을 뒤로 한 채 샤라포바는 다음 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친선 대회를 통해 다시 팬들 앞에 설 예정입니다. 과연 팬들은 그를 따듯한 박수로 반겨 줄까요? 아니면 '약쟁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니게 될까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애너볼릭 스테로이드'처럼 빼도 박도 못하는 금지을 복용했다가 걸린 선수를 옹호하는 팬들도 적지 않으니 전자(前者)라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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