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모르는 사이 프로야구 넥센 박동원(25)이 홍역을 치렀습니다. 두산을 상대한 6일 안방 경기 3회초 수비 때 박동원이 로메로(29)의 수비방해를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로메로는 오히려 몸을 낮춰 송구를 방해하지 않으려 애썼는데 박동원이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팔이 로메로 등에 닿았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항의했다는 겁니다.
주심을 보고 있던 김성철 심판은 이 항의를 받아들였고 결국 로메로는 아웃을 당한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일단 2루 도루에 성공한 정수빈(25) 역시 1루 복귀. 1, 2회 연속으로 득점에 성공했던 두산이지만 결국 3회에는 송구 방해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헌납하면서 점수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두산 팬들로서는 당연히 박동원이 못 마땅한 상황.
그런데 야구 규칙에는 로메로가 마땅히 아웃을 당해야 하는 이유가 나와 있습니다.
6.06(c) 타자가 타자석을 벗어남으로써 포수의 수비나 송구를 방해하였을 경우 또는 어떠한 동작으로든 본루에서의 포수의 플레이를 방해하였을 경우 (타자는 반칙행위로 아웃된다.)
정지 화면을 보면 로메로는 박동원이 공을 던지는 순간 오른팔로 홈 플레이트를 짚고 있었습니다. '타자석을 벗어남으로써'에 해당하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방해'라는 건 뭘까요? 일부 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박동원이 공을 던지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 방해가 아닐까요? 이번에도 정답은 야구 규칙 안에 들어 있습니다.
2.44(a) 공격 측의 방해 - 공격팀 선수가 플레이를 하려는 야수를 방해하거나 가로막거나 저지하거나 혼란시키는 행위이다.
범위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김 심판이 '혼란시키는'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면 방해를 선언할 수 있던 상황입니다.
로메로가 휘두른 방망이에 박동원이 맞았기 때문에 방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번에는 다시 6.06(c)에 답변이 들어 있습니다. [원주] 중 일부를 가져와 보면
타자가 워낙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다가 그 여세로 방망이가 포수에게 닿았거나, 아무런 고의성 없이 백스윙하던 방망이가 아직 확실하게 포구되지 않은 투구나 포수에 닿았기 때문에 포수가 공을 잡지 못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때는 타자의 방해를 선언하지 않고 볼 데드로 하며 주자의 진루는 허용하지 않는다. 타자에 대하여는 그것이 제1스트라이크, 제2스트라이크일 때는 스트라이크만 선언하고 제3스트라이크일 때는 타자 아웃으로 한다. (제2스트라이크 뒤의 파울 팁도 포함된다.)
만약 김 심판원이 이를 인용한 것이라면 로메로가 아웃 당할 필요는 없었겠죠. 그저 정수빈이 1루로 돌아오는 것으로 충분했을 겁니다.
이 규칙에는 [예외]가 붙어 있습니다. "진루하려던 주자가 아웃되었거나 득점하려던 주자가 타자의 방해 때문에 아웃을 선고받았을 경우 타자는 아웃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좀더 상세하게 설명한 같은 조항 [주2]에서 일부를 따오면
타자가 방해행위를 했더라도 주자를 실제로 아웃시켰을 때는 타자는 그대로 두고 그 주자의 아웃을 인정하여 방해와 관계없이 플레이는 계속된다. 그러나 아웃시킬 기회는 있었으나 야수의 실책으로 주자가 살았을 때는 이 항의 앞부분을 적용하여 타자를 아웃시킨다.
그러니 박동원이 도루를 허용하자 '뒤늦게' 항의했다고 하는 분도 계시는데 원래 그게 규정상 맞는 겁니다. 정수빈을 잡아냈다면 로메로는 결과적으로 방해한 게 아닌 셈이 되니까요. 이는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수비방해라는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부당 이득 환수'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죠. 정수빈이 런다운에 걸렸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렇다면 정수빈이 수비방해로 인해 산 것도, 수비방해에도 불구하고 죽은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정답은 '프로야구와 아마추어 야구에서 기준이 다르다'입니다. 역시나 같은 조항 [주2] 마지막 부분입니다.
프로야구에서는 포수의 송구에 의해 런다운 플레이가 시작되면 심판원은 곧바로 "타임"을 선언하여 볼 데드로 하고 타자를 방해에 의한 아웃으로 선고하고, 주자는 점유하고 있던 베이스로 돌려보낸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포수의 송구에 의해 런다운 플레이가 시작되어 그 플레이 중에 수비 측의 실수로 주자가 살았을 경우에 한하여 실제로 아웃은 성립되지 않았으나 방해와는 관계없이 플레이는 계속되고 타자는 아웃으로 하지 않는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이야기한 것처럼 어차피 관점은 대상에 앞서는 법. 어떤 분께는 여전히 박동원이 규정을 '악용'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천천히 규정을 살펴 보면 박동원이든 김 심판이든 이렇게 진행하는 게 '순리'였습니다. 그러니 박동원은 무죄가 맞습니다.
누군가 링크해주셔서 보니 MLB파크에 김재박 전 LG 감독 때문에 인필드플라이 규정을 만들었다는 황당한 주장이 올라왔더군요. 당연히 사실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야구규칙 2.40은 인필드플라이 상황을 “무사 또는 1사에 주자가 1, 2루나 만루일 때 내야수가 평범하게 잡을 수 있는 타구가 나왔을 때”로 한정하고 있다. 이때 타자에겐 아웃이 선고된다. 하지만 최초의 인필드플라...
Posted by 최민규 on 2014년 7월 22일 화요일
야구 규칙이라는 걸 그렇게 하루 아침에 만드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곧잘 잊지만 야구 규칙이야 말로 야구가 진화한 결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