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코비 브라이언트(36·LA 레이커스)의 미국프로농구(NBA) '명예의 전당' 입회는 기정 사실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는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3만 점과 6000 어시스트를 동시에 기록한 선수고, 14일 현재 통산 3만2284점으로 역대 4위에 올라 있습니다. 3만2292점을 넣고 은퇴한 마이클 조던(51)과는 불과 8점 차이. 15일 열리는 미네소타 상대 경기에서 코비가 조던을 넘어선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결국 이 경기서 9득점하며 3만2293점으로 조던을 추월했습니다. 

그렇다면 코비는 조던보다 위대한 선수로 역사에 남게 될까요? 아니, 정말 코비는 조던보다 더 뛰어난 선수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해묵은 '조던 vs 코비' 떡밥을 fivethirtyeight.com(538.com)에서 물었습니다. 538.com은 '다이 하드' 세이버메트릭스 사이트 베이스볼프로스펙터스('야구 지침서'라는 뜻)를 만든 네이트 실버(36)가 ESPN에 합류하면서 개편한 사이트. 실버는 뉴욕타임스에서 일하면서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50개 주(州)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미국 선거구 숫자가 바로 538개입니다.

이 사이트 컬럼리스트 닐 페인은 야구에서 세이버메트릭스하고 비슷한 APBR메트릭스를 가지고 두 선수를 비교했습니다. 그리고는 "조던이 코비보다 훨씬 나은 선수"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페인은 고졸 출신인 코비와 은퇴가 코비보다 빨랐던 조던을 비교하려고 만 21~34세 기록만 살펴봤는데요, 결과는 아래하고 같습니다. 모든 면에서 조던이 우위입니다.

▌조던 vs 코비 APBR메트릭스 주요 기록 비교(만 21~34세 시즌) 
 구분  조던  코비  조던 우위
 박스+/-(BPM)  +8.3  +4.5  
 공격 BPM  +7.3  +5.0  
 수비 BPM  +0.9  -0.5   
 공격 효율(Rating)  118.4  112.4   
 수비 효율(Rating)  101.1  105.4  
 TS%(True Shooting Percentage)  58.0  55.6   
 턴오버 비율(TOB%)  9.3  11.3   
 공격 리바운드 비율(ORB%)  5.0  3.5  
 수비 리바운드 비율(DRB%)  13.7  12.9   
 가로채기 비율(STL%)  3.3  2.1   
 가로막기 비율(BLK%)  1.5  0.9   

APBR메트릭스는 낯선 분들이 적지 않으실 테니 간략하게 이 기록이 무슨 뜻인지부터 알아보면:
 
• 제일 위에 나오는 BPM(Box Plus Minus)을 이해하시려면 +/-가 뜻하는 걸 이해하셔야 합니다. +/-는 그 선수가 코트에 나가서 뛰고 있을 때 팀이 얻은 점수에서 팀이 내준 점수를 빼서 계산합니다. 선수 교체가 잦은 아이스하키에서 널리 쓰는 기록이고, 저는 이렇게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세터 두 명을 두고 계산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를 구하려면 '플레이 바이 플레이(play by play)'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조던이 뛰던 시절에는 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기 성적을 정리한 표 '박스 스코어(Box Score)'를 가지고 이 기록을 추정해 본 게 바로 BPM입니다. 공격 BPM하고 수비 BPM을 더하면 그 선수 전체 BPM이 나옵니다. (조던은 반올림 때문에 소수점 차이가 나네요.)

• 농구에서는 한 팀이 득점에 성공하면 다른 팀이 공 소유권을 갖게 됩니다. 경기 시작 때 점프볼을 해도 마찬가지고 매 쿼터 시작 때도 그렇죠. 이렇게 공 소유권을 100번 가졌을 때 몇 점을 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게 공격 효율이고, 거꾸로 상대팀 소유권이 100번일 때 몇 점을 내주냐 하는 게 수비 효율입니다. 현대 NBA에서는 공 소유권 100번에 평균 106점을 올립니다.

• TS%는 자유튜, 2점슛, 3점슛에 서로 다른 가중치를 두고 계산하는 슈팅 성공률입니다. 당연히 이 기록이 높을수록 슈팅 능력이 더 좋은 선수라는 뜻입니다.

• 비율은 일단 맨 끝에 나오는 가로채기, 가로막기 때 쓴 비율이 한 묶음입니다. 이때 비율은 이 선수가 코트에서 뛰고 있을 때 상대 소유권 몇%가 해당 플레이로 끝이 났는지 뜻하는 기록입니다. 턴오버는 자기가 플레이 100번을 했을 때 턴오버를 몇 번이나 저지르는지 계산한 것.

• 리바운드에서 쓰는 비율은 전체 리바운드 기회 때 이 선수가 몇%나 잡아냈는지를 알려주는 기록입니다. 누군가 슈팅에 실패하면 공격팀과 수비팀 선수 10명이 달려들어 공을 잡으려 할 것. 이 때 보통 수비수가 유리하기 때문에 수비 리바운드 비율이 높게 나옵니다.
 

이 내용을 종합하면 일단 조던은 코트에 있을 때 코비보다 팀 전체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공격 효율 6점 차이는 정규 시즌 82경기를 기준으로 할 때 팀에 추가적인 4승을 더 안기는 기록입니다. 특이할 만한 건 TS%라고 할 수 있는데요, 코비는 조던보다 뛰어난 3점 슈터이기 때문에 기록 자체가 코비에게 유리합니다. 그런데도 코비가 밀리는 건 역시 전위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까지 듣는 난사 탓일 겁니다. 그게 전체적인 팀 공격력도 갉아 먹었고 말입니다.

수비 역시 조던이 우위입니다. 페인은 "코비의 수비는 메이저리그로 치면 데릭 지터(40·은퇴)와 같다"고 평했습니다. 뉴욕 양키스 주전 유격수였던 지터는 골드글러브를 다섯 번 탔지만 늘 수비 능력에 물음표가 따라다녔던 선수. 코비 역시 올디펜시브팀에 12번이나 뽑혔지만 기록으로 보면 과대평가 받았다는 게 페인 주장입니다. 반면 조던은 리그 상위 12%에 속하는 수비수였습니다. 코비는 하위 42%였고 말입니다.

결국 공격과 수비 모두 코비는 조던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것. 물론 이 기록만 보면 페인 주장이 맞습니다. 그래도 일찍 데뷔해서 오래 뛰는 게 코비 잘못만은 아니고, 비율 기록만큼 누적 기록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코비 팬 여러분 너무 분개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물론 저는 어떤 ESPN 해설가와 달리 조던이 코비는 물론 르브론 제임스(30)보다도 뛰어난 선수였다고 믿지만요.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