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동아줄 제대로 잡았습니다. 프로야구 넥센은 박병호가 홈런 2방을 터뜨리며 '넥엘라시코' 3연전을 싹쓸이로 마무리했습니다. 넥센은 3승보다 더 큰 수확을 얻었고 LG는 3패보다 더 심한 내상을 입었습니다. 활활 타오른 주말 3연전에서 넥센은 숯이 됐다면, LG는 재가 된 느낌입니다.

사실 이번 3연전에서는 박병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넥센 타자들이 한번씩 자기 몫을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정호도 3점 홈런과 적시타로 자기 몫을 해줬고, 이택근도 6타점을 올리면서 점점 더 '캡틴' 지위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2번 타자 이성열도 성공적이었고, 문우람은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정도였습니다. 김지수는 또 어떻고요!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특히 1차전 선발 밴헤켄은 확실히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글에서 '보통'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그것조차 못 해줬죠. NC와 한화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피칭을 보여준 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넥센이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고 '사건'을 저지르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렇대도 밴헤켄은 불합격입니다.

팀 사정도 그렇고, 물리적으로도 사실상 외국인 선수 교체가 불가능한 시점인 만큼 2군에 내려 좀 영점 조절을 하고 올라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강윤구가 강진에 다녀온 뒤 '최창호 마사지'를 받고 나서 '강윤쿠팩스 모드'를 보여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죠. 5일 경기 때도 LG 타자들이 잘 받쳐놓고 치는 걸 보면 '쿠세(くせ·투구 때 버릇)'가 읽힌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건데, 염경엽 감독이 삼중도루 성공 뒤 "작전이었다"고 털어놓은 것도 사실은 조금 못 마땅합니다. 역대 5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니 또 써먹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 팀을 이끄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작전이나 사인이라고 하더라도 일부러 확인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5일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들러리 하지 말고 주인공이 되는 야구를 하자"는 내용으로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이병규한테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 안타를 얻어맞은 직후였죠. 그러면서 "사이클링 안타가 빛이 바랬다"고 쓰는 게 주인공이 되는 야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705대첩은 그런 점에서 넥센은 한 동안 들러리에서 다시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었다고 봅니다.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당당한 승자'로 환호 속에 고개 들고 경기장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6, 7일 경기는 그 연장선이었고요.



다들 40승 선착이라고들 하는데 넥센(70경기)보다 삼성(68경기)이 게임수가 적습니다. 그저 경기가 먼저 끝나는 바람에 괜한 흰소리가 떠돌고 있는 것뿐이죠. 3연전만 보면 잘 나갈 때 모습을 되찾은 게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고삐를 조여야 합니다.

장마철이라 몇 게임이나 열릴지 모르겠지만 주중 3연전에서 롯데한테 빚을 갚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겁니다. 나흘 쉬고 만나는 SK한테도 마찬가지. 어려운 팀을 만나 좋은 경기를 펼치는 건 뿌듯한 일이지만, 이겨야 할 팀을 못 잡고서는 강팀이 될 수 없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SK 경기 한 번 편하게 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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