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절대로 여기로 돌아오지 않겠다. 죽기 살기로 뛰겠다"며 전남 강진 퓨처스리그(2군) 숙소에서 짐을 꾸려 나왔다. 그리고 올해 1군 무대 6경기서 23타수 9안타(타율 .391)에 7득점을 올리며 테이블세터(야구에서 1, 2번 타자를 함께 일컫는 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 덕에 팀은 부상으로 빠진 톱타자 걱정을 지울 수 있었다. 프로야구 넥센의 외야수 문우람(21·사진) 이야기다.

22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로스터에 등록된 문우람은 톱타자로 나선 26일 SK 경기에서 4타수 2안타(2루타 1개)로 2점을 올리며 주전 톱타자 서건창의 부상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수비에서도 몸을 날리는 과감한 플레이와 강한 어깨를 자랑하며 컨디션 난조에 빠진 주전 좌익수 장기영을 대신 그를 선발 출전시킨 염경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날 경기 후 염 감독은 그를 '복덩이'라고 불렀다.

문우람은 광주 동성고 재학 시절 청소년 대표로 뽑힐 만큼 야구 재능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그러나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은 "고교 수준에서나 통할 선수"라며 그를 깎아 내렸다. 느린 발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2011년 신고 선수(연습생)로 넥센에 입단했다.

2년 가까운 담금질을 거쳐 지난해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고 25경기를 치렀지만 타격 성적표는 초라했다. 타율 .231에 3타점이 전부였다. 홈런은 없었다. 1군 무대는 다르다는 걸 깨달은 그는 타격 폼을 바꿨다. 문우람은 "전에는 타석에서 준비 자세를 취할 때 방망이를 몸에서 떨어뜨렸는데 이제는 (방망이를) 귀 옆에 두고 있다"며 "또 다리를 들어 올리는 대신 끌어 치는 식으로 타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퓨처스리그 43경기에서 타율 0.338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문우람은 "정교한 배트 컨트롤을 갖춰 타석에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물어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이용규(KIA) 선배나 아오키 노리치카(青木宣親·미국 메이저리그 밀워키)처럼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고교 시절에도 가져다 맞히는 건 자신 있었지만 장타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발이 빠른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야수에 전념하지 못하고 투수를 포기하지 못했었다"며 "이제는 목표가 분명한 만큼 그 꿈을 향해 이를 악물고 뛰겠다"고 덧붙였다.

문우람은 여러모로 두산 김현수와 비슷한 점이 많다. 청소년 대표를 지냈으면서도 신고 선수로 입단한 것도 같고, 우투좌타라는 점도 그렇다. 야구장에서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을 믿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력 없이 얻는 것 없다'는 좌우명 자체는 평범하지만 철저한 실천이 따르면 다른 일. 이제 문우람에게는 김현수처럼 '스카우트들이 잘못 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종합 일간지 야구 기자들은 지방판 마감 시간까지 경기가 끝나지 않을 것에 대비해 미리 '가짜 기사'를 하나 써둡니다. 목요일(27일) 경기를 앞두고 썼던 건데 갑자기 생각나 살짝 내용을 보태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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