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0일(현지시간) 필드인 컬브레스 심판(사진 오른쪽)에게 2게임 출장 정지를 내렸습니다. 컬브레스 심판은 9일 경기 때 부당한 투수교체를 허용해 자질 논란을 빚었던 인물입니다. 먼저 당시 상황을 한번 보시죠.
5-3으로 앞서고 있던 7회초 수비 때 보 포터 휴스턴 감독이 투수를 바꿉니다. 좌투수더러 좌타자를 상대하라고 하는 일반적인 투수 교체였죠. 이에 LA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사진 왼쪽)은 우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를 대타로 내세웁니다. 그러자 포터 감독이 다시 우투수를 올리겠다고 한 겁니다. 소시아 감독이 강렬하게 항의했지만 컬브레스 심판은 투수 교체를 허락하고 맙니다. 4심 합의를 거쳐서도 교체는 결과는 그대로.
경기 중계를 맡고 있던 해설자가 "소시아 감독 의견에 완전하게 동의한다. 이런 게 4심 합의 대상이 되는 것조차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엉터리 판정이었죠. 야구 규칙 3.05(b)는 이런 교체를 분명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타 기용에 우선권을 주는 셈이죠.
3.05(b) 어느 투수를 대신하여 구원에 나선 투수는 그 때의 타자 또는 대타자가 아웃되거나 1루에 나가거나 공수 교대가 될 때까지 투구할 의무가 있다. 다만, 그 투수가 부상 또는 질병 때문에 더 이상 투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주심이 인정하였을 때는 교체할 수 있다. If the pitcher is replaced, the substitute pitcher shall pitch to the batter then at bat, or any substitute batter, until such batter is put out or reaches first base, or until the offensive team is put out, unless the substitute pitcher sustains injury or illness which, in the umpire-in-chief’s judgment, incapacitates him for further play as a pitcher.그러니까 구원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최소한 한 타자는 상대해야 하는 겁니다. (물론 공 하나도 안 던지고도 이닝을 끝내는 건 물론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규정이 없다면 우리 프로야구 감독들의 좌우놀이는 더욱 극심해질 게 자명한 일. 더러 상대는 대타를 낼 수 있다는 상황을 예상 못 하고 투수 교체를 했다가 감독들이 비판받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이번 상황에서도 포터 감독은 상황을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상대가 대타를 냈을 때는 투수를 교체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거죠. 아래는 2004년부터 휴스턴을 취재하고 있는 브라이번 맥태거트 기자가 트위터에 남긴 내용.
Porter says if there's a pinch hitter, you have a right to bring in another pitcher.
— Brian McTaggart (@brianmctaggart) 2013년 5월 10일
포터 감독은 징계 소식이 알려지자 "자기 착각으로 컬브레스 심판이 징계를 받게 됐다"며 사과했습니다. 소시아 감독에게도 "내가 착각했다. 소시아 감독이 100% 옳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규칙 3.05(c)까지 살펴 보면 사실 포터 감독이 사과할 일은 없습니다. 만약 감독이 투수를 잘못 기용하면 이를 바로잡도록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3.05(c) 규칙에 의해 교체가 허용되지 않는 투수가 출전하였을 때 심판원은 이 규칙에 합당한 준비가 이루어 질 때까지 정규 투수에게 다시 등판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만약 잘못으로 출전한 투수가 지적당하지 않은 가운데 타자에게 1구를 던지거나 또는 베이스에 있는 주자가 아웃되었을 경우 그 투수는 정당화 되며 다음의 플레이는 모두 유효하게 된다.그래서 포터 감독이 사과해야 할 사람은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헥터 엠브리즈, 갑자기 마운드에 올라야 했던 그 투수입니다. 8회초 LA 타자들이 3점을 뽑아내며 그가 패전 투수가 됐기 때문이죠. 역시 언제든 규칙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선발 투수, 지명타자 교체 규칙은 어떨까요?
[원주] 감독이 3.05(c)를 위반하여 투수를 물러나게 하려고 할 때는 심판원은 그 감독에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우연히 주심이 실수하여 규칙에 허용되지 않은 투수의 출전을 발표하였을 경우도 그 투수가 투구하기 전이라면 정당한 상태로 바로잡아야 한다. 만일 잘못 출전한 투수가 이미 1구를 던졌다면 그 투수는 정규의 투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