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자주 가는 야구 사이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최소 투구수 승리투수

이정민 (투구수 1개)

종전 기록이 김재박 감독이 가지고 있었는데 (투구수 2개)

이정민 선수가 어제 갈아치워 버렸네요.

기자들은 이 기록을 모르는가 아무런 기사가 없네요

기사가 없는 건 기자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이 기록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0년 7월 26일 마산 구장. 팀 롯데 자이언츠가 9회초까지 빙그레 이글스에 2대 3으로 뒤져 있었다.

2사 만루, 타석에는 강타자 장종훈이 들어섰다. 장종훈은 이날 경기에서 3회에 2루타를 날렸고, 6회에도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진영 감독은 서호진을 내리고 세 번째 투수 김청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청수가 던진 몸 쪽 초구에 장종훈은 재빨리 반응했다. 하지만 너무 잘맞은 타구는 3루수 한영준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9회말 롯데 공격 때 3번 장효조가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를 가르는 3루타를 치고 나갔고, 4번 김민호도 곧바로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3대 3 동점을 만들었다.

한화는 3회부터 던진 이상군 대신 김낙기를 투입했다.

결국 1사 만루에 대타 임경택이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4대 3으로 롯데가 재역전승을 거뒀다. 승리투수는 공을 1개밖에 던지지 않은 김청수.

이후에도 유택현, 조용준, 구대성, 이현승, 송신영 등 5명이 투구수 1개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니까 이정민은 프로 7번째 기록인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06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 닉 앨트락(Nil Altrock)이 9회초 2사 만루에서 등판해 견제사를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9회말 팀이 역전하며 앨트락은 투구수 0개로 처음 승리투수가 된 선수가 됐다.

2003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 B.J. 라이언도 같은 방식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투구수 0개로 승리투수가 된 메이저리거는 아직 이 두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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