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에 가보면 잔디가 깔린 운동장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저는 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요, 그때만 해도 잔디 운동장은 외국 영화에서나 보는 거였죠. 그래서 괜히 설레는 마음에 일부러 잔디 위를 오래 서성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잔디 운동장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2006~2010년 시도별 각급학교별 잔디 운동장 조성 현황'을 보면 전국 1만1943개교 중 13.6%(1627개교)만 잔디 운동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잔디가 깔린 운동장도 4곳 중 3곳(73.9%)은 인조잔디 구장입니다. 2003년에 잔디 구장을 조성한 학교 중 86.4%는 천연 잔디를 선택했지만 올해는 70.1%가 인조 잔디를 선택했습니다.
인조잔디 제작 기술이 해마다 나아지고 있다지만 아이들에게 '풀'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천연잔디의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겠죠. 김 의원도 "천연잔디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사후 관리 어려움과 관리 비용 증가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잔디 운동장 숫자도 부족하지만 더 큰 문제는 체육 수업을 줄이는 학교가 많다는 점이겠죠. 지난 달 제가 기사에 쓴 것처럼 초등학교 45.3%가 수업 자율화 이후 체육 수업을 줄였습니다. 대신 국어 영어 수학 수업이 늘었죠.
기사가 나가고 얼마 뒤 교과부와 문화체육부 장관히 나란히 브리핑을 열어 "체육 소홀히 하면 입시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체육 수업을 강제해야 한다는 현실은 서글프지만 아이들에게 맘껏 뛰어 놀 기회를 주는 건 언제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국영수만 계속 강조하는 것보다 몸을 움직여주는 게 공부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 쓴 기사를 살짝 인용하면
미국의 분자생물학자 존 메디나 박사는 저서 ‘브레인 룰스(Brain Rules)’에서 “몸을 움직일수록 뇌 움직임도 활발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것이 뇌 영양제”라며 “이 단백질은 몸을 움직일 때 많이 나온다. 몸을 움직여야 머리가 좋아진다”고 썼다. 메디나 박사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보다 밖에서 뛰어놀 때 훨씬 창의적인 것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이번 주 정도면 많은 중고등학교가 중간고사를 보고 있거나 이미 마쳤을 겁니다. 입시가 코 앞인 중3, 고3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나머지 10개 학년만이라도 이번 한 주는 좀 실컷 뛰어 놀게 해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