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캐피탈이 '쿼드러플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실속 상태에 빠뜨리면서 프로배구 남자부 최정상까지 올랐습니다.
현대캐피탈(승점 88)은 2024~2025 V리그 정규리그에서 역대 최고 승점 기록을 새로 쓰면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도 승리하며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다섯 번째 챔피언 타이틀을 따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프전 세 번째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3-1(25-20, 18-25, 25-19, 25-23)로 물리치고 3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끝냈습니다.
거꾸로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부터 이어 오던 4년 연속 챔프전 정상 등극 기록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프로배구 출범(2005시즌) 이후 정규리그 1위를 총 여섯 번 차지했습니다.
다만 같은 시즌에 챔프전에서도 승리해 '통합 우승' 기록을 남긴 건 2005~2006시즌 이후 19년 만입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9월 28일 막을 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현대캐피탈이 컵 대회 우승, 정규리그 1위, 챔프전 승리를 동시에 기록하는 '트레블'을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전에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가 2009~2010시즌, 대한항공이 2022~2023시즌에 트레블을 기록했던 적이 있습니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챔프전 맞대결을 벌인 건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이전까지는 두 팀이 똑같이 두 번씩 우승 트로피를 나눠 가져갔는데 이제 현대캐피탈이 3승 2패로 앞서게 됐습니다.
챔프전 개별 경기 성적도 10승 8패(승률 .556)로 현대캐피탈 우위입니다.
다만 챔프전 정상 등극 횟수는 이제 두 팀이 똑같이 다섯 번이 됐습니다.
삼성화재가 여덟 번으로 두 팀보다 우승이 많지만 2013~2014시즌 이후로는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는 현대캐피탈 외국인 선수 레오(35)에게 돌아갔습니다.
레오는 기자단 투표에서 31표 중 23표(74.2%)를 받았습니다.
레오는 그러면서 가빈(39·당시 삼성화재)과 함께 챔프전 MVP 최다 선정 타이 기록(3회)도 남겼습니다.
레오 역시 삼성화재 시절인 2012~2013, 2013~2014시즌 연속해 챔프전 MVP로 뽑힌 적이 있습니다.
팀을 바꿔 챔프전 MVP를 차지하는 기록은 선수는 V리그 역사상 레오가 처음입니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레오가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 필리프 블랑(65·프랑스) 감독은 복도 많다는 포스트를 남겼습니다.
제아무리 복을 많이 받았어도 감독 지도력이 형편없다면 결실을 볼 수는 없는 게 당연한 일.
대한항공에 이어 현대캐피탈도 외국인 사령탑을 앞세워 통합 우승을 차지한 만큼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트렌드가 갑자기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자부에서도 마르첼로 아본단자(55·이탈리아)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이 통합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 네 시즌 동안 대한항공을 이끌었던 토미 틸리카이넨(38·핀란드) 감독은 챔프전 패배 후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