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진기록'은 우연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연이 쌓이면 일단 '물음표'가 남습니다.
뉴욕 양키스가 밀워키를 불러들여 치른 29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딱 그랬습니다.
1회말 시작과 함께 양키스 1번 타자 폴 골드슈미트(38)를 시작으로 2번 코디 벨린저(30), 3번 에런 저지(33)가 연이어 홈런을 쏘아 올렸습니다.
그것도 모두 초구를 때려 외야 담장 바깥으로 날려버렸습니다.
지난해까지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밀워키 선발 투수 네스토르 코르테스(31)가 공 세 개로 홈런 세 개를 얻어맞은 것.
메이저리그(MLB)에서 투구 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이런 기록이 나온 건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코르테스는 4번 타자 재즈 치좀 주니어(27)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5번 앤서니 볼피(24)도 투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안정을 되찾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6번 타자 오스틴 웰스(26)에게 또 홈런을 얻어맞았습니다.
그리고 2회말 2사 2, 3루 상황에서도 볼피에게 홈런을 내줬습니다.
투수가 바뀐 뒤에도 양키스 타선은 식지 않았습니다.
양키스 타선은 이날 팀 역사상 최다인 홈런 9개를 쏘아 올리면서 결국 20-9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렇게 방망이에 불이 붙었을 때는 도대체 어떤 방망이를 쓰는지 시선이 쏠리게 마련.
실제로 이날 홈런을 친 골드슈미트, 벨린저, 웰스, 치좀 주니어, 볼피 등이 들고 나온 방망이는 좀 달랐습니다.
야구 방망이는 손잡이 반대쪽 끝으로 갈수록 굵어지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반면 이들이 쓴 방망이는 다듬이처럼 중간이 볼록한 형태였습니다.
이 방망이는 배럴(barrel) 모양이 어뢰를 닮았다는 뜻에서 '토피도 배트(torpedo ba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날은 이름값을 톡톡히 했습니다.
Yes, the Yankees have a literal genius MIT Physicist, Lenny (who is the man), on payroll. He invented the “Torpedo” barrel. It brings more wood - and mass - to where you most often make contact as a hitter. The idea is to increase the number of “barrels” and decrease misses. pic.twitter.com/CsC1wkAM9G
— Kevin Smith (@KJS_4) March 29, 2025
이 어뢰 방망이를 처음 고안한 인물은 현재는 마이애미 구단에 몸담고 있는 에런 '레니' 린하트(48) 필드 코디네이터입니다.
린하트 코디네이터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7~2014년에는 모교인 미시간대 교수를 지낸 이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타자가 공을 세게 또 멀리 날리려면 당연히 방망이 중심에 공을 맞혀야 합니다.
린하트 코디네이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자가 공을 자주 때리는 위치를 제일 두껍게 = 무겁게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린하트 코디네이터는 타자마다 어느 지점으로 공을 자주 때리는지 그 부분을 강화하려면 방망이 무게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해 어뢰 방망이를 완성하게 됩니다.
MLB 사무국도 이 방망이가 야구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유권 해석을 내린 상태입니다.
정작 이날 홈런 세 방을 쏘아 올린 저지는 이 어뢰 방망이 사용자가 아닙니다.
원래 쓰던 방망이로도 홈런을 펑펑 치고 있는데 굳이 방망이를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게 저지가 내린 결론입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이 사실 정답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나와 있는 다양한 방망이 가운데 결국 타자에게 좋은 성적을 안기는 방망이가 적어도 그 타자에게는 가장 좋은 방망이일 테니 말입니다.
양키스 타선이 계속 뜨겁다면 적어도 당분간은 이 어뢰 방망이 이야기로 시끄럽겠지만 반대 상황이라면 이 MIT 박사도 이름을 기억하기 힘든 존재가 되고 말 겁니다.
이 어뢰 방망이는 야구판을 얼마나 뒤흔들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