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1일 세상을 떠난 전 헤비급 세계 챔피언 조지 포먼. 컨투어

'할아버지 복서' 조지 포먼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76세.

 

유가족은 포먼이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21일(이하 현지시간)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포먼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포먼은 휴스턴에서 차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마셜 출신입니다.

 

유가족과 병원 모두 사망 원인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1949년 10월 10일생인 포먼은 어린 시절 문제아로 통했습니다.

 

열여섯 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직업훈련소에 들어간 포먼은 이듬해 복싱을 시작했습니다.

 

복싱은 체질에 잘 맞았습니다.

 

포먼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요나스 체풀리스(1939~2015·옛 소련)를 꺾고 헤비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글러브를 처음 끼운 지 1년 반 만에 거둔 성과였습니다.

 

조 프레이저를 다운시킨 조지 포먼. 킹스턴=AP 뉴시스

이듬해 프로 전향한 포먼은 36연승을 질주했습니다.

 

그리고 1973년 1월 22일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조 프레이저(1944~2011)를 상대로 세계복싱협회(WBA), 세계복싱평의회(WBC), 더 링 통합 타이틀 매치를 벌입니다.

 

'선샤인 쇼다운'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이 경기에서 포먼은 프레이저를 여섯 번 다운 시키며 결국 TKO 승리를 거뒀습니다.

 

포먼은 이후 호세 로만(79·푸에르토리코), 켄 노턴(1943~2013)을 상대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서 40전 전승 기록을 남깁니다.

 

1974년 10월 30일 열린 그다음 경기 상대는 무하마드 알리(1942~2016)였습니다.

 

'럼블 인 더 정글' 경기 장면.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홈페이지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서 '럼블 인 더 정글' 경기를 치른 이날 포먼은 스물다섯, 알리는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지금도 복싱 역사상 최고 '돌주먹'으로 손꼽히는 포먼은 1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릴 때부터 펀치를 날리고 또 날렸습니다.

 

그러자 알리는 로프에 등을 기댄 채 충격을 흡수하는 '로프 어 도프(rope-a-dope)' 작전으로 8라운드까지 버텼습니다.

 

승부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쳐가는 건 혈기 왕성하던 포먼이었습니다.

 

알리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좌우 원투 펀치를 날렸고 포먼은 KO패를 당하게 됩니다.

 

무하마드 알리에게 다운을 당한 조지 포먼. 킨샤사=AP 뉴시스

프로 후 첫 패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포먼은 '트레이너가 내 밥에 약을 섞었다', '알리가 심판을 매수했다'는 둥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링으로 돌아와 5연승을 이어갔습니다.

 

포먼은 '이번 경기만 이기면 알리와 다시 대결을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지미 영(1948~2005)과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서 맞대결을 벌입니다.

 

1977년 3월 17일 열린 이 경기서 만장일치(0-3) 판정패를 당한 포먼은 라커룸에서 탈진해 있다가 임사(臨死) 체험을 하게 됩니다.

 

포먼은 이 일을 계기로 글러브를 벗고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목사로 예배를 진행하고 있는 조지 포먼. 휴스턴 크로니클 홈페이지

그렇게 링을 떠난 포먼은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1987년 복귀를 선언합니다.

 

포먼은 휴스턴에 청소년 센터를 세웠는데 운영 자금이 모자랐던 것.

 

돈이 급했던 포먼은 1987년 3월 9일부터 이듬해 3월 19일까지 여덟 경기를 치르는 등 닥치는 대로 링에 올랐습니다.

 

복귀 후 24연승을 기록한 포먼은 에반더 홀리필드(63)를 상대로 1991년 4월 19일 WBA, WBC, 국제복싱연맹(IBF) 통합 타이틀 매치를 치릅니다.

 

결과는 만장일치 판정패였지만 포먼은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타이틀 매치에서 12라운드까지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마이클 무어러를 다운 시킨 조지 포먼. 더 링 홈페이지

포먼이 세계 챔피언 벨트를 되찾은 건 태어나고 1만6735일이 지난 1994년 11월 5일이었습니다.

 

포먼은 35전 전승을 기록 중이던 마이클 무어러(58)를 상대로 WBA, IBF 통합 타이틀 매치를 치렀고 10라운드 KO승을 거뒀습니다.

 

포먼은 그러면서 복싱 역사상 역대 최고령(45세 9개월 26일) 세계 챔피언 기록을 세웠습니다.

 

버나드 홉킨스(60)가 46세 4개월 6일이던 2011년 5월 21일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을 따내면서 이 기록을 깨뜨렸습니다.

 

다만 헤비급에서는 포먼이 여전히 기록 보유자입니다.

 

영국 런던에서 그릴 마케팅 행사 중인 조지 포먼. 런던=로이터 뉴스1

이후 세 차례 타이틀 방어전에 성공한 포먼은 1997년 11월 22일 섀넌 브릭스(54)에게 패한 뒤 글러브를 벗었습니다.

 

프로 복싱 무대에서 통산 기록 76승 5패를 기록한 포먼은 2003년 복싱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포먼은 1994년부터 햄버거 그릴 사업을 시작했으며 1억3750만 달러(약 2020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1999년 사업권을 넘겼습니다.

 

포먼은 총 다섯 번 결혼했으며 입양한 딸을 포함해 5남 7녀를 두었습니다. 손자·손녀는 열다섯 명, 증손은 세 명입니다.

 

그러니까 두 번째 세계 챔피언에 올랐을 때 정말 손자·손녀가 있었기 때문에 별명이 '할아버지 복서'였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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