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최다 안타 주인공 '찰리 허슬' 피트 로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83세.
30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가족이 이날 미국 네바다주 클라크 카운티 자택에서 쓰러져 있던 로즈를 발견해 911에 신고했습니다.
스테파니 휘틀리 클라크 카운티 대변인은 "아직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ABC 방송은 "피살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로즈가 MLB에서 보낸 24년 중 19년을 몸담았던 신시내티 구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로즈의 별세에 애도를 표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로즈는 좋은 쪽과 나쁜 쪽으로 동시에 MLB에서 레전드급 기록을 남긴 인물입니다.
로즈는 1985년 9월 11일 안방 경기 1회말 상대 팀 샌디에이고 선발 에릭 쇼(1956~1994)를 상대로 통산 4192번째 안타를 뽑아냈습니다.
그러면서 타이 콥(1886~1961)을 넘어 MLB 통산 최다 안타 주인공이 됐습니다.
(나중에 기록을 다시 집계하는 과정에서 콥의 통산 안타 개수는 4189개로 줄었습니다.)
로즈는 이듬해(1986년)까지 뛰면서 통산 안타를 4256개로 늘린 뒤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선수 생활을 접는 걸 흔히 '유니폼을 벗는다'고 표현하지만 로즈에게는 사실 이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
1984년 8월 15일 트레이드를 통해 몬트리올에서 신시내티로 돌아올 때부터 '플레잉 감독'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에도 1989년 8월 24일까지 계속 신시내티 감독을 맡았습니다.
신시내티 프랜차이즈 스타 선수 출신이자 팀 역사상 다섯 번째로 많은 426승(388패)을 거둔 감독이 시즌 도중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건 이례적이라면 이례적인 일.
로즈는 신시내티 감독 자리에서만 물러난 게 아니라 MLB에서 아예 영구 제명 조치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감독이던 신시내티 경기 결과에 돈을 걸었다는 것..
MLB 조사 결과 로즈는 1987년 신시내티 경기 결과를 놓고 총 52차례 도박에 참가했습니다.
로즈는 처음에는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갈수록 증거가 쌓이자 결국 두 손을 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즈는 "우리 팀이 이기는 쪽에 돈을 걸었다"고 항변했지만 도박을 한 사실 자체는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ESPN은 로즈가 선수 시절에도 도박을 했다는 증거를 찾아내 2015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로즈는 1963년 내셔널리그(NL) 신인상 수상자로 시즌 안타왕은 일곱 번, 타격왕은 세 번 차지했습니다.
1973년에는 타율 0.338에 230안타를 치면서 NL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올스타전에는 17번 출전했으며 골드글러브도 두 번 받았습니다. MLB 통산 최다 출장 기록(3562경기) 주인공도 로즈입니다.
또 '빅 레드 머신' 일원으로 신시내티에서 두 차례(1975, 1976년), 필라델피아에서 한 차례(1980년)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했으며 1975년에는 월드시리즈 MVP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도박 사태 때문에 그는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야구계에서 쫓겨난 뒤로 사고를 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조르는 야구계에서 쫓겨난 바로 이듬해였던 1990년 미국 국세청(IRS)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고발을 당합니다.
1984년부터 소득세 신고 과정에서 총 35만4968 달러를 빠뜨려 세금을 적게 부과받았다는 것.
법원은 결국 로즈는 징역 5개월에 벌금 5만 달러, 사회봉사명령 100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로즈는 이후 2003년과 2012년에도 탈세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로즈는 때로는 뻔뻔하게 때로는 읍소하면서 복권을 희망했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포츠 도박, 거짓말, 탈세로 '쓰리런'을 쳤으니 사실 용서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즈는 "야구를 할 수만 있다면 휘발유 통을 짊어지고 지옥 불에도 뛰어들겠다"는 말로 야구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로즈가 지금 있는 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알 수 없지만 그곳에서는 다시 마음껏 야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문자 그대로 영욕(榮辱)이 교차하는 삶을 살았던 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