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5일 세상을 떠난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 연합뉴스

근위축성 측상경화증(루게릭병)을 알리는 데 앞장섰던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53세.

 

승일희망재단은 "박 대표가 23년간의 긴 투병 생활을 뒤로하고 (오늘) 소천하셨다"고 25일 알렸습니다.

 

루게릭병은 감각 신경은 건드리지 않고 운동 신경만 파괴하는 질환입니다.

 

발병 이후에도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데 자가 호흡도 불가능할 정도로 운동 기능을 잃게 되는 겁니다.

 

이 병에 이런 이름이 붙은 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에서 17년간 뛰었던 루 게릭(1903~1941)이 이 병을 앓았기 (혹은 그런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와 연세대 동료들. 승일희망재단 제공

박 대표는 연세대와 기아자동차에서 뛰었던 농구 선수 출신입니다.

 

스물여덟 살이던 1999년 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미국으로 지도자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2002년 연세대 시절 은사였던 최희암 모비스(옛 기아자동차) 감독 부름으로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그는 미국에서 이미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코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바람에 부임 100일도 되지 않아 팀을 떠나야 했습니다.

 

코트를 떠난 뒤 방송에 출연한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 승일희망재단 제공

박 대표는 이후 루게릭병을 알리고 이 병 환자들을 돕는 데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자기 몸에서 눈동자만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안구 마우스를 활용해 책 '눈으로 희망을 쓰다'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1억 원을 기부했던 가수 션(52) 씨와 2011년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이 재단의 가장 큰 목표는 루게릭병 요양병원을 설립하는 것.

 

루게릭병 요양병원은 지난해 12월 착공했으며 올해 12월 준공할 예정입니다.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가수 션 씨와 함께 병실에서. 위는 누나인 박승자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 승일희망재단 제공

박 공동대표가 루게릭병 요양병원 설립을 목표로 삼은 건 이 병 환자들을 받아주는 병원이 별로 없기 때문.

 

그는 '눈으로 희망을 쓰다'에 "사회는 나를 포기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션은 이날 "네가 그렇게 꿈꿔오던 루게릭병 요양병원이 이제 곧 완공되는데 그걸 못 보여주는 게 너무나 아쉽고 미안하다"고 인스타그램에 남겼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23년간 많이 답답했지? 이제 천국에서 마음껏 뛰고 자유롭게 움직이기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승일희망재단이 어떤 곳인지 조금 더 알아 보고 싶으신 분은 4년 전에 썼던 이 포스트를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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